'보안관' 김형주 감독, 부산 막장순대의 투박함 손익분기점 넘겼다[홍정원 컬처가든]
입력 : 2017-05-22 00:00:22 수정 : 2017-05-22 01:12:58
'보안관' 김형주 감독|홍정원 컬처가든|
고백하건대 상업영화를 잘 만드는 영화인이 좋다. 소위 ‘자뻑’에 빠지지 않고 관객과 소통 잘하는 겸손한 영화제작사나 감독이 우월해 보인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J사, S사, W사, T사, Z사 등 대중성을 띠는 제작사를 선호한다. 혹자 중에는 이들의 상업적 코드에 대해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관객이 상업영화를 봐줘야 영화산업과 충무로가 발전한다.
그런 상업영화를 잘 만든 감독이 한 명 나타났다. ‘보안관’ 김형주 감독. 그는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 조감독 출신으로, 연출 데뷔작 ‘보안관’을 내놓았다. 어린이날 애니메이션 ‘보스베이비’를 제치고 예매율 3위에서 2위로 치고 올라가더니 결국 역주행에 성공해 영화순위 1위를 찍었다. 그것도 흔하디흔한 평범한 영화들 속 흥행 정상이 아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가오갤2)와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잇따라 꺾고 개봉 3주차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미 손익분기점 200만명을 훌쩍 넘어선 ‘보안관’은 부산 기장에서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사내(이성민)가 자기 눈에만 마약범죄자로 보이는 남자(조진웅)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소시민 영웅의 고군분투기. 동시에 희미해져가는 남성성을 증명하고자 몸부림치는 중년 사나이, 즉 이 시대의 평범한 아재들 이야기다.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김종수 조우진 임현성 배정남 김혜은 손여은 등 배우들 호흡과 감독 연출력이 흥행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다음은 부산 막장순대(막장에 찍어먹는 순대) 같은 투박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부산 구포 출신 김형주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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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첫 연출 소감은.
▲가벼운 영화인데 기자들 반응 좋았던 게 의아했다. 관객들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연출부와 조감독 하던 시절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 감독이 되니 책임감이 상당하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닮은 외모가 화제 됐는데.
▲하하. 어릴 땐 박찬호 선수 닮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른 돼서는 추 선수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듣는다. 유명인의 외모와 비교되는 되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영화에 빵 터지는 ‘파안대소’ 지점은 없지만 소소한 재미와 미소가 띠어지는 장면들이 많아 마음에 들더라. 코미디인데 슬랩스틱도 배제했던데.
▲배우들 간 리액션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엄청난 폭소가 나올 만한 장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도 파안대소가 두 번 나올 만한 장면은 있다. 사실 처음부터 ‘보안관’ 장르는 코미디가 아니었다. 정통수사극과는 차별되게 그리고 싶었는데 ‘로컬수사극’이라는 걸 만들어 전면에 내세우고 싶었다. 그리고 홍보하기 위해 장르를 하나 국한해야 됐는데 100% 수사극도, 드라마도, 액션도 아니니 남은 게 코미디밖에 없더라. ‘코미디’ 하나만 남았기에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그걸 밀었다.
-시나리오를 직접 썼는데. 완성되는 데 얼마나 걸렸나.
▲초고는 한 달이 안 걸렸는데 그 전에 어떤 소재로 각본을 쓸지 결정하는 데 6개월 걸렸다. 실제로 어떤 제약회사 직원이 IMF 때 회사에서 나오게 되고 이후 마약을 파는 사건이 있었다. 이 실화에서 ‘보안관’을 구상해냈다. 그래서 그 시대의 가장 모습을 어느 정도 담아냈다. 윤종빈 감독이 동네 형들이나 아저씨를 부각하자고 해서 ‘아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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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김형주 감독 |
-윤 감독이 중앙대 영화학과 출신인데 동문 선배라 끈끈한가 보다.
▲사실 대학 선배들을 피해 다녔다.(웃음) 선배들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개인적 사정으로 영화가 아닌 다른 일을 하다 이십대 후반이던 2007년 영화 ‘달콤한 거짓말’ 연출부 막내로 충무로에 들어섰다. ‘달콤한 거짓말’ 정정화 감독도 같은 과 선배인데 작업 전엔 전혀 몰랐다. ‘달빛 길어올리기’(2011), ‘알투비: 리턴투베이스’(2012),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연출부를 거쳐 대학 동기인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 소개로 윤 감독과 ‘군도: 민란의 시대’를 함께했고 ‘보안관’까지 왔다.
-감독은 어떻게 하게 됐나.
▲알프레드 히치콕(영국 출생 미국 영화감독으로 스릴러를 확립한 그 분야의 1인자) 감독도 모르고 영화학과에 갔다. 그냥 막연하게 입학했다. 그런데 동기들과 같이 영화를 만들고 피드백을 하고, 영화로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좋았다. 멋진 일이고 아름다운 작업이다. 원래 성격도 무뚝뚝했는데 영화 일을 하면서 사회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대선배인 임권택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영화 찍지 않으실 때는 옆집 할아버지 같으신데 ‘액션’ 소리 하나에 바로 눈빛이 달라지신다. 그 모습을 동경했다. 연출부와 조감독 하면서 함께했던 감독들의 태도를 많이 배웠다. 윤종빈 감독의 집요한 모습 등 다들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열정이 있는데 나도 연출을 하니 그렇게 되더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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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관' 스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요즘 유행하는 ‘아재파탈’(아재와 옴므파탈의 합성어) 단어에 부합하는 영화다. 작품 속에서도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배정남 등이 동네 아저씨로 등장하는데 실제로도 섹시한 아재 배우들이다.
▲지난해 초 프리프로덕션 할 때쯤 ‘아재파탈’ 용어가 나오고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연이었는데 그 선두주자인 이성민, 조진웅 선배가 출연해 운이 좋았다. 영화 속에서 두 분 다 귀엽고 멋질 거라 생각했다. 극중 동네 형이나 아재로 나오는데 관객에게 ‘친숙미’(美)를 내세우고 싶었다.
-대호 역 이성민과 덕만 역 김성균이 TV에서 나오는 ‘영웅본색’을 넋을 놓고 보며 라면 먹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10세 때쯤 ‘영웅본색’을 처음 본 것 같은데 배우가 정말 죽은 줄 알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관람했다. 어릴 때부터 1980~90년대 홍콩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러나 ‘영웅본색’이 나오는 라면신은 꼭 오우삼 감독에 대한 오마주는 아니다.
-작품 속 유일한 러브라인인 ‘기장 소피마르소’(손여은)와 덕만(김성균)의 에필로그가 있을 만도 한데.
▲기장 소피마르소의 분량도 더 있었고 덕만과의 에필로그도 있었지만 없앴다. 러닝타임을 좀 더 압축하려다 보니 넣지 않았다. 좀 아쉽긴 하다.
사진=박찬하 기자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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