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신작 '옥자'] 유전자 조작·동물 학대 '풍자' 메고 달리는 미자의 옥자 구출기
입력 : 2017-06-15 19:06:22 수정 : 2017-06-18 11:22:47
충무로에서 '동물애호가'란 별칭으로 통하는 봉준호 감독이 슈퍼 돼지와 산골 소녀의 우정을 넘어선 가족애를 그린 '옥자'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올해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아 레드카펫을 밟았던 봉준호 감독은 충무로에선 흔히 '동물애호가'로 불린다. 메가폰을 잡고 연출한 작품 6편 중 절반이 동물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시작으로 한강을 배경으로 돌연변이 양서류 이야기를 담은 '괴물'이 그렇다. 이번에 또 한편을 내놓았다. 미국 넷플릭스로부터 600억 원을 받아 만든 '옥자'가 그 주인공. '설국열차'에 이은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슈퍼 돼지와 산골 소녀의 가족애를 다루는데 유전자 조작 등을 풍자하면서 공감과 경종을 함께 이끈다.
봉 감독 두 번째 할리우드 진출작
미자·옥자, 애틋한 가족애 '감동'
자본주의 맹종 캐릭터는 희화화
'친근한 스토리 + 비극적 메시지'
세련된 블랙코미디로 버무려 내
■산골 소녀와 슈퍼 돼지의 뭉클한 가족애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에게 옥자는 10년간 함께한 친자매 같은 존재. 평화롭던 어느 날 미국의 글로벌기업 미란도그룹 관계자들이 산골에 나타나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간다. 미자는 할아버지 만류에도 옥자를 찾기 위해 여정에 나선다.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란도 사장 루시(틸다 스윈튼), 그와 손잡은 속물 동물학자 죠니(제이크 질렌할), 슈퍼돼지들을 구조하려는 동물보호단체까지 등장해 일정은 꼬여간다. 하지만 미자의 '옥자 구출작전'은 지칠 줄을 모르는데….
그간 호기심을 불러 모았던 옥자는 어떤 모습일까. 굳이 표현한다면 돼지와 하마를 합성한 듯한 형태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돼 기존 돼지의 크기나 모양과는 다르다. 때문에 영화 상영 초반, 관객들은 이 슈퍼돼지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는다.

또 궁금증을 자아낸 것이 바로 옥자와 미자의 관계. 극중 둘은 우정을 넘어 가족처럼 아낀다. 여기에는 '출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미자는 어릴 적 부모가 죽어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고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돼 엄마와 아빠가 없는 것. 때문에 둘은 서로 의지하고 때론 목숨까지 내놓고 지킬 정도로 끔찍이 여긴다. 그 모습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할리우드 배우 릴리 콜린스는 이처럼 절절한 가족애를 중심에 둔 '옥자'에 대해 "전 세대에 호소할 수 있는 친근한 스토리"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지구촌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보편적 작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유전자 조작이나 동물학대 같은 비극적 메시지에 봉 감독의 '장기'인 풍자를 입혀 세련된 블랙코미디로 버무려냈다.
■동물학대 일삼는 인류에게 내민 '레드카드''옥자'는 복합장르로 버무려졌다. 봉 감독의 전작들처럼 드라마, 어드벤처, 액션, 코미디 등을 적재적소에 섞어 완성해냈다. 독창성을 띠는 스토리에 보편적 정서를 녹여낸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친구이자 가족인 동물을 구출하기 위한 소녀의 모험담을 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소녀와 동물을 중심으로 모험과 구출을 오가는 스토리에 감독의 예측불허 유머, 현실을 꼬집는 메시지 등이 더해진 '옥자'는 분명 기존엔 볼 수 없던 영화임에 틀림없다.
또한 동물이지만 엄연한 가족 구성원인 옥자와 미자, 할아버지 희봉 즉, '옥자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우스꽝스럽게 표현된 대목도 돋보인다.

옥자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캐릭터들은 은연 중 자본주의의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동물을 학대하는 인류를 꼬집는 것. 특히 틸다 스윈튼이 맡은 미란다 사장 루시와 제이크 질렌할이 열연한 동물학자 죠니가 그렇다. 그러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블랙코미디로 본색을 드러낸다.
'옥자'의 멀티플렉스 개봉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스크린과 온라인 '동시 개봉'을 고수한 넷플릭스와 '극장 선 개봉'을 요구한 멀티플렉스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29일 일반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이 작품을 맛볼 수 있다. 아무튼 '동물애호가' 봉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유전자 변형이나 동물 학대를 일삼는 인류에게 '레드카드'를 쭉 내민 '심판'처럼 다가온다.
홍정원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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