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류승완 감독, "지옥섬에 갇힌 그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다"

입력 : 2017-07-20 11: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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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 베일을 벗은 지옥섬은 상상 이상으로 처절하고 처참했다.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군함도' 언론시사회 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이 참석했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단순히 우리의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작품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나쁜 일본인과 착한 조선인을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아니다"며 "국적이 아니라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재가 갖는 역사적인 부분은 작업 과정에서 많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이런 시대 배경과 소재를 다룰 때 이분법적인 사고로 접근하면 사실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면서 "자료를 바탕으로 실제 모습을 그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400여 명 조선인의 '군함도 탈출'이라는 대서사극을 큰 줄기로 한다. 류 감독은 "자료를 찾아보니 개인적으로 탈출한 사례는 실제로 많았다"며 "군함도에 있던 모든 사람의 탈출 시도는 저의 무의식적 욕망의 반영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섬 안에 갇힌 조선인들을 제가 만든 세계에선 탈출시키고 싶었다"며 "역사를 배경으로 하되 상상력을 가미해 희망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선인들이 강제로 노역한 군함도 하시마 탄광 등은 지난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일본은 등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을 반영해 유네스코에 보고하기로 약속했지만, 약 2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류 감독은 일본 뿐 아니라 한국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일침했다. 그는 "유네스코 등재 관련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우리 정부의 문제도 있다"며 "모든 행위에 제국주의의 악을 씌어 접근하는게 아니라 사건을 제대로 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배우 황정민이 영화 군함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충무로 대표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의 캐스팅 소식이 알려지며 기대를 모았다.
 
황정민은 딸과 함께 군함도로 온 악단장 '이강옥'을, 소지섭은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을 맡았다. 송중기와 이정현은 각각 조선인들의 탈출을 이끄는 광복군 소속 OSS 요원과 조선 여인 '말년'으로 분했다.
 
황정민은 이날 호흡을 맞춘 동료들을 향한 애틋함을 표현했다. 그는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씨 등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사발정도 됐던 내 그릇이 항아리가 되는 걸 느꼈다"며 "공동 영화 작업의 묘미"라고 말했다.
  
이어 "'군함도'는 특히 그런 경험을 느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두 함께 6개월 동안 세트장에서 지지고 볶고 했던 에너지가 영화에 담겨있다. 생각하면 아직도 벅차다"고 털어놨다.
  
영화 군함도 소지섭 송중기.

송중기는 황정민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 안에서도 그렇지만 외적으로도 황정민 선배가 안 계셨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황정민 선배가 우리 영화의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한다"고 극찬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이정현은 극 중 연기 합을 가장 많이 맞춘 소지섭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소지섭씨와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모든 연기가 척척 맞았다"며 "액션을 처음 해보는데 주의할 점 같은 것도 많이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너도 너무 좋더라. 같이 연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영화 군함도 이정현 김수안.

극 중 이강옥의 딸 소희를 연기한 김수안은 현실감 있는 연기로 극에 힘을 더했다. 전작 '부산행'에서 배우 공유와 부녀 호흡을 맞춘데 이어 이번 작품에서 황정민의 딸로 연기 합을 맞췄다.
  
그는 공유와 황정민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황정민 아빠는 츤데레같은 면이 있다. 챙겨주기도 하고 혼내기도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공유아빠는 너무 잘생기셔서 사실 같지가 않았다. 그땐 '우와 배우다'는 느낌이 컸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나서 군함도라는 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정리 되지 않은 과거사는 물론 미래에 나아갈 방향까지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베를린' '베테랑'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새롭게 창조한 작품이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

사진=박찬하 기자

남유정 기자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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