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검찰과 언론의 민낯과 적폐, 얼마나 리얼하게 그릴지가 관건

입력 : 2017-07-20 16: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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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검찰의 생태와 관계를 그릴 새 드라마가 준비됐다. 정권이 교체 된지 두 달이 넘은 지금 얼마나 '리얼'하게 현실을 그려낼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 제작발표회가 20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남궁민, 유준상, 엄지원, 문근영, 전혜빈, 이정흠 PD가 참석했다.
 
'조작'은 한국판 타블로이지인 애국신문을 대표하는 문제적 기자 한무영(남궁민)과 상식을 믿는 소신 있는 진짜 기자 이석민(유준상), 끈질기고 정열적인 검사 권소라(엄지원)가 하나로 뭉쳐 변질된 언론에 통쾌한 일격을 가하는 이야기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주제는 '적폐 청산'이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하는 두 세력으로 국민들은 검찰과 언론을 꼽았다. 그만큼 두 집단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이다.
 
이정흠PD가 집중한 부분이 바로 여기다. 그는 "이 같은 적폐 세력들이 상식적인 일을 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 것인지 궁금했다"며 드라마 기획의 시작을 설명했다.
 
검찰과 언론이라는 거창한 소재와 상식이라는 거시적인 주제가 합쳐졌지만 드라마는 마냥 무겁게만 그려지지 않을 예정이다. 이 PD는 '주제는 무거워도 인물은 가볍게'라는 생각을 전하며 "30%는 장르물, 30%는 코미디, 40%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며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와 언론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지만 작품성과 시청률을 함께 잡은 드라마는 별로 없었다. 

지난해에는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힘겨운 취재를 영화에 담은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호평을 받았다. 또 방송국 보도국 내부를 그린, 지진희 주연의 동명 드라마가 2008년에 방영 되기도 했다. 

경쟁지 고참 기자와 신참 기자의 특종 경쟁을 로맨틱하게 다룬, 닉 놀테와 줄리아 로버츠의 '아이러브트러블'이나 뉴욕 타블로이드 편집국을 그린,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페이퍼' 등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작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옆길'로 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을 가감 없이 표현하거나 사건 자체는 '팩션'이라도 언론과 관계된 다른 조직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큰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작' 역시 이런 측면에서 봤을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먼저 기대로는 무엇보다 '문성근'이라는 배우의 존재다. 8년 만에 SBS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지난 정권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배우다.
 
무엇보다 정권의 어두운 측면을 몸소 겪었기 때문에 이날 현장에서 그는 "지난 정치세력의 수준은 너무 저렴했다"면서 "다른 이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건 일종의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조작'에서 그의 역할은 보수 언론 대한일보의 편집권을 쥔 구태원 상무다. 그는 모략과 암투에 의해 길러진 기자로 지금은 대한민국 언론의 꼭대기를 향해 무슨 짓이든 하는 악한 인물이다.
 
커리어의 많은 부분이 악역인 문성근은 그래도 행복한 모양이었다. 그는 "'또 악역이냐'라는 말을 듣긴 하지만, 지금은 촬영장에 가는게 너무 기쁘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와 함께 이정흠PD와 김현정 작가의 '신인 조합'이다. 정권이 바뀌긴 했지만 '조작'은 사실 지난 정권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다. 지난 3월 헌재의 '파면' 결정이 없었으면 안방극장에서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고, 두 신인 제작진의 패기가 그려낼 '조작'이 기대된다.
 
우려되는 부분은 '리얼리즘'이다. 지난해 많은 사건이 있었고, 전부 드라마 소재로서도 손색 없을 정도로 극적인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성근은 제작진 대신 "드라마타이즈화 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즉 어느 정도 가감을 거친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그는 "언론의 내부적인 면도 그대로 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시청자들의 걱정과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조작'은 '엽기적인 그녀' 후속으로 오는 24일 첫 방송된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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