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적재산권(IP) 보호 등 해외기업에도 '내국민 대우'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중국에서 게임 IP 분쟁을 벌이고 있는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간 소송전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들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토종게임 '미르의전설' IP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로, 작년 여름부터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다수의 소송을 치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두 회사가 오는 27일 상해에서 개막하는 국제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에 나란히 참가를 확정하면서 이들 기업이 현지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진핑 "해외기업도 '내국민 대우'…IP 침권행위 척결"
중국 신화통신, CCTV 등 외신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7일 열린 중앙재경영도소조 제16차 회의에서 중국에 진출한 해외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사업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언급했다.
해외기업에도 내국민에 준하는 자격을 부여하는 한편 IP 보호 강화와 현지 금융부문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점진적으로 개방해 나가겠다는 것이 주요골자다.
특히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기업들의 안정적 경영환경 구축을 위한 핵심요소라고 평가하고 IP보호와 관련한 법률 개선은 물론 IP 침권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시진핑 주석이 해외기업의 중국 내 사업을 독려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해외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계속해서 줄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정부가 결국 태세를 전환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현재 중국에서 IP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위메이드-액토즈소프트간 분쟁에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더욱이 양사간의 소송 뒷단에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인 중국 샨다게임즈가 얽혀 있었던 터라 이번 중국당국의 입김이 향후 중국 내 '미르의전설' 사업 전개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된다.
◆ 차이나조이, '미르' IP 분쟁 분수령 될 듯
'미르의전설' IP 공동저작권자인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는 작년 여름부터 중국에서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작년 6월 위메이드가 중국 게임사 킹넷과 '미르의전설2' 모바일 및 웹게임에 대한 미니멈 개런티(MG) 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액토즈소프트는 해당 계약건이 자사의 동의 없는 반쪽짜리 계약이라며, 중국 상하이 지적재산권 법원에 위메이드와 킹넷을 상대로 한 가처분(7월)과 본안소송(9월)을 연이어 냈다.
액토즈소프트는 합의 없는 계약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면서 계약무효화와 함께 개발을 중단하라는 입장이고, 위메이드는 사전에 계약사항을 공유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물론 공동저작권자 양자간 다툼이라면 쉽게 해결될 부분이지만, '미르의전설' 현지 퍼블리셔이자 액토즈소프트의 모회사인 샨다게임즈가 중국흥행에 대한 자사의 공을 들며 '미르' IP 소유권까지 주장하고 있는 터라 해당 사안은 다소 진흙탕 싸움의 모양새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정부가 IP 보호 강화와 관련 법률손질을 언급하면서 '미르의전설' IP 분쟁 종식이 급물살을 타게 될지, 또 현지법원은 어떠한 판결을 내놓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위메이드는 이번 차이나조이에서 '미르의전설2' IP를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B2B 부스도 해당 게임의 핵심콘텐츠인 공성전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미르' IP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지난 5월 '미르' IP 사업을 위해 설립한 전담법인 '전기아이피'의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공유하고, 제3자 기업들과 '미르' 조인트벤처 설립과 관련한 비즈니스 미팅도 계획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액토즈소프트는 일단 '미르의전설'을 후방으로 미뤄놨다. '드래곤네스트', '라테일', '천년' 등 '미르'를 제외한 다른 IP 세일즈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하지만 위메이드가 차이나조이에서의 '미르' IP 전면전을 선언한 만큼, 내부에선 관련 이슈대응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차이나조이 기간 중 '미르의전설' 텃밭인 중국에서 위메이드-액토즈소프트-샨다게임즈간 IP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젠 강력한 흥행 IP가 오랜 분쟁으로 퇴색되지 않게끔 이해관계자들의 중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세나 기자 cream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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