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학림의 잡설 부산사] 5. 돈 좇던 '황금광 시대'에 터진 희대의 보험살인사건

입력 : 2017-08-03 19: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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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935년 12월 부산 대신정이었다.

"장인어른 막걸리 한잔 드시죠?"

사위 김인우(28)가 한 달 전에 아내를 잃은 장인 K(41)에게 살갑게 대한다. "그래 한잔 할까." 장인이 김치를 안주 삼아 사위가 내온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옆집 정씨(49)가 찾아온다. "우리 사위 녀석이 날 위해 막걸리를 사 왔구먼요. 형님도 한잔 하슈."

정씨는 침을 꼴딱 삼키는데 김인우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정씨는 한 잔하다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뒹굴고, 연방 토해내기 시작한다. 장인은 느낌이 이상하다. 한 달 전, 아내(41)도 배가 아프다고 했고 심한 구토증세에 시달리다가 죽지 않았던가. 당시 아내는 종기를 다스리는 데 좋다며 사위가 끓여 준 약탕을 먹었다. 알 수 없는 소름이 장인의 온몸을 스친다.

장인은 경찰에 사건을 의뢰한다. 결과는 놀라웠다. 막걸리에 비소계 독약인 '아비산'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김인우를 체포하고 진상을 캤다. 한 달 전 죽은 K의 아내 사인 확인이 필요했다. K의 아내 생무덤을 열고 사체를 부검했다. 역시 아비산 독살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더 있었다. 김인우는 '대신정의 제일가는 미인'이라는 K의 맏딸과 그해 여름 혼담이 오간 뒤 10월 중순에 재혼했다. 그런데 김인우의 전처(26)가 재혼 혼담이 오가기 두어 달 전에 급살했다는 거다. 김인우는 전처의 생명보험금 280원을 탔고, 그 돈으로 재혼 비용을 댔다. 그뿐 아니다. 한 해 전에는 폐병을 앓던 김인우의 형(31)이 죽었는데 그 형도 480원의 생명보험에 들었다는 거다. 그러나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은 타지 못했다. 대신 김인우는 형 재산 3000원을 빼돌렸다.

경찰은 김인우가 전처와 그의 형, 장모 등 3명을 아비산으로 독살했으며, 장모의 보험금을 갖고 있는 장인과 그 이웃까지 독살하려 했다고 봤다. 아비산으로 3명을 독살하고, 2명에 대해 살인미수에 그친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경찰은 김인우가 전처와 그 형을 살해한 부분에 대해선 기소하지 못했다. 시신을 화장한 뒤 바다에 뿌려 버렸기 때문이다.

1930년대 조선은 인생 역전을 위한 황금 캐기에 미쳐 있던 '황금광시대'였다. 고려 충신 신숭겸의 머리가 순금으로 되어 있다는 헛소문에 그의 묘가 도굴되곤 하던 시뻘건 욕망의 시대였다. 김인우 사건은 그런 시대의 뒤통수를 친 희대의 보험살인사건이었다. 1930년부터 보험금을 노린 방화사건이 돌출하다가 결국 극악한 데까지 이른 거다. 1936년 7월 사형이 선고되던 날, 김인우는 "죽어도 좋다"고 외쳤다. 그 소리에 법정 안팎의 1000여 명은 섬뜩했다고 한다. 김인우의 내면에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논설위원 the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