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 "사극이요? 앞으로 10년은 안 할 것 같아요"(인터뷰)

입력 : 2017-08-04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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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요? 앞으로 10년은 안 할 거 같아요."
 
남들은 이제 데뷔할까말까한 나이인 19세의 김소현은 12년차의 관록있는 배우다. 나이보다 성숙한 외모로 일찌감치 알려져있었고, 그가 전하는 생각은 나이보다 더욱 깊은 느낌을 가져다 준다. 본인은 손사래 치지만 최근 종영한 드라마 '군주'에서 김소현과 호흡을 맞춘 6살 연상의 유승호가 "누나 같다"고 말했던 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김소현은 이런 생각이 맞고도 틀린 사람이었다. '군주'에서 그는 당돌하면서도 굳은 심지를 가진 여인 한가은으로 분했다. 너무 힘들어서 당분간 사극을 거들떠보고 싶지 않다고 농담을 던질때는 흔하게 볼 수 있는 19세의 발랄한 소녀였다. 하지만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면 확신을 가지고 생각을 밝히는 배우이기도 했다. 그에게 한가은과 김소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유승호와 키스신, 감독님이 더 신나
 
Q.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한가은은 정말 눈물이 많은 여인이었다.
 
A. 감정 몰입이 정말 어려웠다. 초반에는 극 중 아버지로 나오신 전노민 선배님의 죽음 때문에 우는 장면이 많았다. 전 작품인 '후아유-학교 2015'에서도 함께 했었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서 그나마 쉽게 울 수 있었다.
 
그런데 후반에는 한가은의 상황 때문에, 주위 사람들 때문에 매일매일이 눈물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체력적으로 지친 것도 있었고 해서 힘들었다. 스스로 컨트롤 하려고 많이 애썼던 기억이 난다.
 
Q. 그러면서도 '민폐 여주인공'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복수하려는 한가은의 행동이 자신은 물론 이선(유승호)의 눈과 귀를 막는 부분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A. 그건 한가은이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복수를 행해야 하는 설정이라 그런 듯 싶다. 한가은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내 이야기만 할 수는 없으니 감정을 차분히 쌓지 못해 그런 것도 있다.
 
사실 한가은과 이선이 서로 대화할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늘 한쪽이 고민하고 말 못할 비밀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하하.
 
Q. 그럼 한가은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은?
 
A. 역할에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당차고 꿈꾸는 조선의 여인이라는 점이다. 멋있게 보여서 초반에는 그 부분에 애정을 뒀다. 후반에는 복수심 때문에 이런 특성이 무너질때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마음가짐을 계속 가져갔다. 한가은이 멋있게 나오기보다 '초심'에 맞춰 행동하도록 만들어갔다.
 
Q. 5년 전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는 아역으로 나왔다가 이제는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A. 그리고 20부작도 처음이다. 그래서 부담감이 컸다.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니 문제는 체력이더라. 나름 쌓아놓는다고 노력했는데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운동 더 해야겠더라.

 
Q. 그래도 어쨌든 잘 마무리 됐고, 시청률도 동시간대 1등으로 종영했다.
 
A. 어릴 적 벗이었던 천민 이선(김명수)이 죽은 걸 빼면 다 좋았다. 마지막 혼례 장면 촬영할 때 '오늘 정말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에 잠깐 기쁘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죽었던 인물들인 아버지나 김화군(윤소희), 이선이 나왔는데 다들 멋지고 좋았던 캐릭터들이라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Q. 호흡을 맞춘 유승호는 어땠나? 동생 같았나?
 
A. 하하. 전혀 아니다. 승호 선배도 저처럼 아주 어릴때부터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던 배우라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줬다. 선배가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됐다. 극을 이끌어 가는 힘이 크다보니 배운 것도 많다. 현장에서는 동생처럼 대해줘서 편하고 고마웠다.
 
Q. 두 사람의 연못가 키스신이 화제였다.
 
A. 아무래도 좀 어색했다. 그런데 촬영할 때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기 때문에 어려웠다. 웃긴 건, 노도철 감독님이 굉장히 신나하셨다. 감독님이 좋아하는 신이 있으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돌변하시더라. 그때 1인 2역을 불사하며 시범을 보여주셔서 재미있었다.
 
■ 스무살? 운전면허부터 따고 싶어
 
Q. 김소현, 김유정, 김새론을 묶어서 '아역배우 트로이카'라고들 이야기한다. 경쟁구도로 묶는 사람도 있는데.
 
A. 자주 듣는다. 그런데 아직 경쟁구도로 심각하게 여기는 건 아닌 것 같고 저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히 나이대가 비슷한 아역들이라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각자 개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쟁구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가 기분 나쁠 정도로 깎아내리는 방식의 비교는 없었으면 한다.
 
Q. 댓글은 자주 보나?
 
A. 안 보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더라. 보다보면 걸러야 할 건 거르고 받아들여야 할 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 보인다. 작품이나 캐릭터 칭찬 받을때는 사랑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좋다.
 
그리고 외모적인 부분도 신경쓰인다. 이번 '군주'에서 초반에는 그래도 잘 나왔던 것 같은데, 후반에는 우는 장면이 너무 많아 붓고 상태가 좋지 않다보니 이런 걸 지적하는 댓글도 있더라.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Q. 내년이면 스무살이다. 여태껏 해온 역할이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연기 변신 욕심은 없는지.
 
A.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스무살이 된다고 내 내면이나 외면이 확 바뀌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 변신 타이밍이 올 것이고, 그때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가고 있다. 억지로 한 변신은 저도 물론이고 보시는 분들도 불편할 수 있다. 조급해지지 않으려 한다.
 
Q. 그럼 대놓고 악한 역할에도 관심이 있나.
 
A. 지고지순한 캐릭터와 다른 매력 있다. 세고, 강한 것이 다 나쁜 역할은 아니지만 이런 배역들이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게 있을거 같긴 하다. 그래서 가끔 연구해보는데 매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호러나 스릴러 영화는 못보겠더라.(웃음)
 
Q. 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나.
 
A. 늘 느낀다. 선배들께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다. 이번에 전노민 선배님이 '연기는 할수록 어렵고, 심지어 무서울때도 있다'고 하시더라. 경력과 실력을 갖춘 이 같은 분들도 그런데 저 역시 당연하다. 그래서 힘들다고 투정부릴 엄두가 나지 않더라.

 
Q. 그래도 김소현은 성숙한 이미지로 알려졌다. 스스로 '노안'이라고 '망언'을 한 적도 있고.
 
A. 예전에는 그게 도움이 되는지,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고 있다. 아마 나의 아기때 이미지가 별로 크지 않은 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
 
Q. 그럼 연기 외적으로 스무살로서 해보고 싶은 건 없나.
 
A. 운전면허 빨리 면서 따서 차 몰고 여행 가고 싶다. 혼자도 좋고 가족도 좋다. 그래도 당분간은 공부에 몰두해야겠다. 7개월 동안 '군주' 촬영하면서 손을 놓고 있었더니 안되겠다. 하나하나 차근히 해야겠다.
 
Q. 또 사극이 들어오면?
 
A.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10년은 안 할 것 같다. 하하. 농담이고, 진짜 다음 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스스로 사극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힘든걸 떠나서 내가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신중히 선택할 것 같다.

김상혁 기자 sunny10@

사진=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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