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영화 촬영장에서 여배우를 폭행하고 베드신 촬영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57) 사건과 관련,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영화계의 자정 노력 등을 촉구했다.
영화계 및 여성계 인사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업계에는 폭력적인 노동환경 등 인권침해 문제가 뿌리 깊게 내리고 있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불거진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고소인 여배우 A씨(41)는 지난 2013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서 엄마 역에 캐스팅 됐다. 하지만 A씨는 촬영장에서 김 감독에게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뺨을 맞고, 대본에 없던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해 중도 하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해부터 영화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며 "그리고 오늘, 한국 영화계가 직면한 폭력, 폭언, 강요된 노출 및 베드신 연기 등 오랜 기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어 온 인권침해 문제의 또 다른 피해 사건 해결을 위해 영화계, 여성계 법조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명의 영화감독과 한 명의 여성 배우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영화 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다"면서 "수 많은 영화스태프가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고, 폭언과 모욕,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 배우의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트려 피해를 입은 여성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우의 감정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여배우 A씨는 현재 '괜히 돈 때문에 오해 받는 게 싫다'고 손해배상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사건은 4년 전에 발생한 것이다. 많은 분들이 피해자 분에게 왜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하냐고 묻는다"며 "그러나 이 분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상담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 및 진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사회 어디에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러다 올 1월에 영화인신문고 제도를 통해 다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추측성 보도와 피해자 신상 파헤치기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계속해서 여성배우 A씨가 누구인지, 왜 4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고소를 진행하는 지를 추적하고 있다"며 "이는 이번 사건의 본질인 영화촬영현장에서 감독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토론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영화계 내에서 '연출'이나 '연기' 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책위는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소인이 자행한 폭행과 강요죄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라. ▲연출이라는 명목으로 출연 배우들에게 자행되는 폭력과 강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영화계 내 자정노력을 촉구한다. ▲정부는 영화계 내 인권침해와 처우 개선을 위한 정기적 실태 조사 실시 및 관련 예산을 적극 마련하라. ▲언론은 사건에 대한 추측성 보도와 피해 여성배우 신상 파헤치기를 당장 중단하라는 네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한편 이번 공동대책위원회에는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등 총 136개 단체와 기관, 공동변호인단, 그리고 개인 13명이 참여했다. 참석 여부에 관심을 모았던 A씨는 자리에 함께하지 않았다.
남유정 기자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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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보도문]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 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11월 30일 ''여배우 폭행 의혹' 김기덕 감독, 혐의 인정 "감정 이입 돕기 위해 때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25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남유정 기자 webmas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