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혐의 유죄 선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날 오후 2시 30분 417호 대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전 임직원 4명의 선고 공판을 열고 이와 같이 선고했다. 불구속 기소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은 각각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씨 측에 88억 28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의 정유라 씨 승마 지원 가운데 최 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현지명 코레스포츠)에 용역비 등 명목으로 지급한 77억 9735만 원 가운데 용역비 72억 원이 뇌물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특검이 이 금액에 적용한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삼성이 최 씨가 사실상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한 16억 2800만 원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특경법상 횡령 혐의는 뇌물로 판단한 승마 관련 지원금 중 64억 원에 대해 인정됐다. 이 과정에서 '말 세탁'을 한 부분에 적용한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최 씨 모녀를 모른다고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결론을 내렸다.
반면 공소사실 가운데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 부분은 뇌물과 횡령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재단이 최 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고, 박 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두 재단 출연금을 거두는 과정에 관여해 삼성으로서는 출연금을 내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에 따라 10월로 예정된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에서도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과 관련한 직권남용·강요 혐의도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 회장은 27일 자정으로 끝나는 1심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날 선고로 다시 수감됐다. 삼성 측은 항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올 2월 16일 특검의 2차 구속 영장 청구에 따라 영장 실질 심사를 받고 다음날 새벽 구속돼 190일째 수감 생활 중이다. 최혜규 기자 i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