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610> 구미 비봉산 형제봉

입력 : 2017-08-30 19:14:12 수정 : 2017-08-31 14:48: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구불구불 소나무길… 봉황 등 타고 구름 속 나는 듯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 인재이며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에 있다'는 옛사람의 말을 두고 선산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지금은 공업 도시 구미시에 흡수돼 일개 읍소재지일 뿐이지만, 아직 짱짱한 자존심이 있다는 것을 구미 비봉산 형제봉(532.1m)을 오르며 알게 되었다. 



산행 곳곳에 한때 왕도가 될 뻔한 고장을 자랑하는 안내판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구불구불 멋있는 소나무가 일품인 쾌적한 분위기와 잘 정비하여 맨발이나 반바지 차림이어도 좋을 산길이다. 봉황이 날아오르는 형상의 비봉산을 손으로 짚어가며 한 우중 산행은 때로는 구름 속에서 봉황의 등을 타고 나는 기분이었다.

맨발이나 반바지로도 오를 듯한
평탄하고 솔잎 깔린 길이지만
봉황을 맞이한다는 정자에 서면
굽이치는 낙동강을 향해 호령하는
'짱짱한 자존심'을 느낄 수 있다

■영봉정에서 보는 파노라마 장관


경북 구미시 선산읍 비봉산 형제봉을 찾았다. 구미 비봉산이라 해야 맞는데 자꾸 선산 비봉산이라고 부른다. 행정구역이야 구미가 맞지만, 선산 비봉산이 옳은 것이라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에게게. 비봉산이 초라하다. 고작 해발 122m다.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한 기자를 보고 산을 소개한 황계복 산행대장이 비봉산은 형제봉을 정상으로 크게 봐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감천을 보태 선산 앞들을 굽이치는 낙동강. 그 강을 향해 활갯짓하는 산이 바로 비봉산 형제봉이다.

교통도 편리하고 완벽하게 원점 회귀가 되는 형제봉 산행은 선산보건소(현충원 입구)~비봉산공원 안내판~영봉정~기양지맥 분기점~부처바위~갈등고개~헬기장~형제봉~산불감시초소~돌탑봉~죽장사 갈림길~전망 바위~정자 쉼터~장원방 옛길~옛길 입구~선산보건소까지 9.9㎞를 5시간 남짓 걸어 마쳤다.

선산보건소 옆에 충혼탑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오른쪽에 애국지사 공덕비다. 공덕비를 보고 왼편에 있는 등산로로 간다. 비봉산은 충혼탑 뒤의 정상인데 이렇게 오르면 비봉산 정상은 비켜가게 된다.

부처바위까지 왕복 7.4㎞라는 안내판이 있다. 곳곳에 가로등도 있어 야간에도 산책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선산 출신인, 조선 세조 때 문인이자 사육신의 한 사람인 하위지의 시가 있다. 하위지는 단종 복위 운동을 하다 세조에게 참살을 당했는데 그의 시는 무위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넓은 공터에 비봉산공원종합안내도가 있다. 식수대를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등산로다. 산행하며 보니 안내 표지판도 잘 세워 놓아 전체적으로 관리를 잘 하는 등산 코스가 분명하다.

영봉정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능선을 택한다. 영봉정은 봉황을 맞이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이 층 정자에 오르니 선산 넓은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잘 자라고 있는 벼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이 보인다.

■부처바위는 웬 바위일까

정자에서 잠시 내려서니 다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하나하나가 조경수로도 훌륭한 조선 소나무다. 산길은 일부러 황토를 깔았는지 아니면 토질 자체가 황토인지 불그스레하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듯 흐리고 어두운 주변과 묘하게 대비되어 등산로가 돋보인다. 평일인데도 형제봉을 찾은 산행팀이 있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갑자기 어디선가 향기로운 냄새가 날아온다.

"이거 더덕 같은데. 여기 더덕이 있는 게 분명해." 중년의 사내들이 보물찾기라도 하듯 주변을 수색한다. 정작 더덕 향을 먼저 맡은 이는 "난 냄새는 잘 맡지만 더덕을 잘 못 찾아" 하며 자신이 없다. 더덕 찾는 이들을 뒤로하고 부처바위로 오른다. 434봉 갈림길에 섰다. 여기서부터 기양지맥이다.

기양지맥은 백두대간 국수봉(794.2m)의 남쪽 600m에서 갈라져 백운산과 기양산, 형제봉을 지나 낙동강의 지류 감천에서 맥을 정리하는 45.8㎞의 산줄기. 감천의 북쪽 울타리 역할을 하는 곳으로 형제봉까지가 기양지맥을 타게 된다.

평탄한 지맥을 살짝 맛보는데 부처바위가 나온다. 온통 육산인 곳에 거대한 바위 군락이 있다. 부처바위는 이 일대 골짜기를 부처골로 불러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바위 모양이 붙여진(부처진) 바위라서 부처바위라고도 한다는 안내판이 있다. 원래 거대한 한 덩어리였을 바위가 세월이 지나며 깨진 것은 분명한데 그 웅장함과 신비스러움이 발길을 오래 머물게 했다.

부처바위를 지나 능선을 걷는데 오른쪽에 도로가 보인다. 능선 너머에 있는 옥성자연휴양림과 연결되는 길이다. 갈등고개에 도착하니 포장된 임도가 나온다. 갈등고개에는 예전에 칡과 등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산꾼들도 그만 내려갈까, 형제봉으로 오를까 갈등했을까. 
갈등고개 직전에 있는 부처바위. 거대한 바위 군락이 상서로운 기운을 뿜는다.
■꿈길 같은 조선 소나무숲 걷기

고개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니 안개가 자욱하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물기를 머금은 공기가 주변을 감싼다. 안개에 젖은 소나무는 더욱 검고, 솔잎은 더욱 푸르다. 비안개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헬기장이 20m 앞이라는 이정표를 지나는데 능선 왼쪽에 밧줄로 접근을 막은 장소가 있다. 폐광이란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떨어지면 낭패를 당하니 굵은 밧줄로 방책을 쳐 놓았다.

헬기장에 서니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정상 조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저 형제봉인 줄 알고 올랐는데 그래도 정상석엔 '비봉산 정상 형제봉'이라고 적어 놓았다. 비봉산의 고도가 낮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형제봉에서 기양지맥과 이별하고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하산길에 접어든다. 이문삼거리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온통 소나무다. 솔잎이 깔린 길은 푹신하여 꿈길 같다. 한 무더기 돌로 만든 탑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비가 그친다.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제법 고도가 떨어진다. 죽장사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있다. 죽장사엔 통일신라 시대 석탑인 국보 오층석탑이 있다. 죽장사 갈림길을 한 번 더 만났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데 전망이 좋은 바위가 있다. 바위에 올라가니 다행히 절과 석탑이 보인다.

형제봉 사방엔 대나무가 많고 '죽장'이라는 마을이 있는 것은 봉황이 대나무를 먹고 사는데 날아가려는 봉황을 붙잡아 두기 위한 비보의 의미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선산은 한때 도읍을 찾던 왕의 눈에 들어 서울이 될 뻔했으나 골짜기 하나가 모자라 탈락했다는 전설이 있다. 고장을 더 좋게 유지하려는 지역민들의 염원이 지명에 남아 있다.

아파트로 하산하는 길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니 '장원방'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아래 서당 마을에서 공부한 이들이 장원급제를 많이 했다는 내용이다. 서당 학도들이 오르내렸을 옛길을 따라 내려오니 이문리 서당 마을에 도착한다. 한적한 시가지를 걸어 출발 장소에 도착하니 언제 비가 왔느냐며 햇볕이 따갑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유튜브 :https://youtu.be/HBpV-61Z564

▲ 구미 비봉산 형제봉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구미 비봉산 형제봉 구글어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산&길] <610> 구미 비봉산 형제봉 길잡이
[산&길] <610> 구미 비봉산 형제봉 산행지도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