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차례 병원 정신과를 찾아가 조현병인 것처럼 속여 병역을 면제받은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병역 면제를 위해 조현병 연기로 의사를 속이고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낸 혐의(병역법 위반)로 A(31) 씨를 7일 구속했다.
실제 환자 말·행동 모사한 30대
의사 속이고 정신병 진단 받아내
외제차 딜러 등으로 '이중 생활'
IQ114 검사 결과에 병원 "수상해"
경찰, 신고 받고 수사 나서 구속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1년 10월 부산의 한 병원 정신과에서 조현병 진단서를 받아 2012년 병무청에 제출한 뒤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05년 병역검사에서 현역 1급 판정을 받은 A 씨는 병역 면제 방법을 고민하다 2009년 6월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조현병 환자 B 씨를 만났다. B 씨가 조현병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A 씨는 수개월간 B 씨의 행동을 연구했다. 밥 먹는 것부터 평소 말하는 것까지 그는 B 씨를 완벽히 모사했고, B 씨가 정신검진 도중 받은 답변을 미리 배워 악필인 척 글씨를 적는 연습을 하며 조현병 환자 연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씨는 조현병 환자로 가장해 부산의 한 병원 정신과를 2009년 11월부터 2년간 꾸준히 찾았다. 매번 정신과에서 한 조현병 확인 검사에서 A 씨는 조현병 의심 환자들이 받는 정신건강검사, 우울증 자가진단검사, IQ검사 등을 받았다. 검사에서 A 씨는 IQ 53 수준에 통상 조현병 환자들과 유사한 답변으로 일반 생활이 불가능한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와의 면담에서도 손을 떨고 창문에서 귀신이 들어오는 것 같다는 등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하며 실제 조현병 환자들의 증상을 똑같이 흉내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12년 조현병 진단을 병원으로부터 받은 뒤 병무청에 신체검사 재검을 의뢰해 5급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후 소규모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외제차 딜러로 활동하며 정상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A 씨는 조현병 때문에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병역면제로부터 5년이 지난 지난해 1월. 운전면허 복원을 위해 조현병 완치 진단을 받으러 병원을 다시 찾았다가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진단을 위해 IQ 검사를 한 결과 IQ가 5년 전보다 60가량 높은 114로 나왔다. 병원 측은 통상적으로 조현병의 경우 완치가 되지 않고 IQ 수치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A 씨를 신고했다.
A 씨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조현병이 완치됐다, 2009년 검사 받은 게 기억이 안 난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 최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1년 6개월 미만의 징역형을 받으면 현행법상 현역으로 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병원 측으로부터 받은 5년 전 조현병 검사 결과는 완전히 조현병 환자로 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어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김준용·이우영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