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규모 5.4 지진에 부산도 흔들…고리원전 정상 가동중

입력 : 2017-11-15 15:26:34 수정 : 2017-11-16 13: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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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구의 길거리 상황. SNS 제보



15일 오후 2시 29분 강한 진동과 함께 지진이 발생하자 부산 지역 시민들은 놀라움과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주 지진 사태를 경험한 탓인지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산교통공사는 운행중이던 전동차를 약 4분간 정차시킨 뒤 단계적으로 속도를 높여 다시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고리원전 등 원전은 현재 이상 없이 가동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15일 오후 2시 44분 현재 고리본부 전 발전소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계획 예방정비 중인 고리3·4호기, 신고리1호기는 가동이 중지된 상태이고, 나머지 2기(고리2호기, 신고리2호기)는 모두 정상 가동하고 있다. 고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발전소에서 측정된 대표지진 최대값은 0.003g(리히터 규모 2.9)이다. 이는 C급(주의) 비상경보 발령기준인 0.01g(리히터규모 4.0) 미만이다.

포항 북구의 한 건물 내부. 출처 SNS
이날 오후 2시50분 기준으로 부산소방안전본부에 지진 관련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으나,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40대 여성이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인 충격으로 119에 구조 요청을 해왔다. 그러나 불안을 느낀 시민들의 문의 전화는 폭주했다. 이날 오후 3시께까지 500통 안팎의 문의 전화가 왔으며, 대부분 여진이 올 것인지, 대피 장소 등을 물었다. 부산경찰청에도 이날 오후 3시 기준 30여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또 지진 직후 부산권에서는 통화량 폭주로 잠시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중인 문상기(28) 씨는 "지진 직후 회사동료 지인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수차례 연결음이 가지않았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지진에 각급 학교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지역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일부 고층 건물에서는 평소 훈련한 것처럼 학생들과 직원 및 입주자들을 차분히 대피시키는 모습이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도 갑작스런 지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예비소집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수험생들은 혹여나 있을 여진이 16일 수험장을 덮칠까 긴장하기도했다. 고3 수험생 이종진 (17) 군은 "수능 당일에 혹시나 지진이오면 어찌해야할지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대화가 이어졌다"며 "수능장 지진 교육은 받은적이 없어 괜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해운대 일대에서도 지진을 느낀 주민들의 안전 여부를 묻는 문의가 잇달았다. 이날 마린시티 고층 아파트들은 "내진설계가 되어 있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안내 방송을 잇달아 내보내기도 했다.

강한 지진동은 포항 인근 울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울산 시민 김지석(36) 씨는 "갑자기 사무실 내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져 위층에서 누가 뛰는가 착각했다"면서 "뒤늦게 지진인줄 알고 사무실 직원 모두 불안해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제 지진의 직격타를 경험한 포항시 북구의 한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는 김 모(33) 씨는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장 마감 시간을 앞두고 가장 바쁠 때였지만, 직원 모두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 삼성공장에서도 전 직원들이 작업을 중단하고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세종시를 비롯해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도 지진을 느꼈다는 시민 제보가 잇달았다. 충남 천안에 머물고 있는 시민 민 모(25·여) 씨는 "밖에서 궁궁궁 소리가 들리더니 건물이 좌우로 흔들거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강진으로 일부 부산권 시민들은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재개 결정에 분노를 쏟아냈다. 직장인 고진석(47·부산 부산진구) 씨는 "영남권 일대 활성단층 때문에 원전 건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해도 수도권 언론과 원자력 업계는 완전 무시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부 이애경(63·부산 수영구) 씨는 "지진이 발생하니 나도 손자를 꼭 끌어 안고 진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며 "고리원전이 무사한지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부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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