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유족들 "깨끗한 2층…비상구만 확보됐더라도"

입력 : 2017-12-24 09:07:27 수정 : 2017-12-24 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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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성 사우나의 창고로 불법 전용돼 막혀버린 비상구 입구에 손길 흔적이 남아 있다. 총 29명의 사망자 중 20명의 사망자가 이 곳에서 발생했다. 연합뉴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23일 사고 현장 합동감식을 참관한 뒤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한 유족은 "현장을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며 "현장 내부 구조나 조사 과정 모두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날 오후 3시께 희생자 유족 대표 5명은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천시 관계자 등과 함께 29명의 사망자를 낸 노블 휘트니스센터 현장을 1시간여 동안 둘러봤다.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1층 천장 부분을 한참 동안 살펴본 유족들은 계단을 통해 2층 여자 목욕탕을 시작으로 스포츠센터 전체를 살펴봤다.

브리핑에서 유족들은 가장 많은 사망자(20명)가 발생한 건물 2층은 불에 탄 흔적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출구만 제대로 확보됐다면 보다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상구 출입문은 목욕용품 선반으로 가려져 있었고, 주출입문 쪽에 있는 슬라이딩 도어(반자동문)는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희생자 29명 중 20명의 시신이 발견된 2층 여성 사우나 시설은 필로티 구조(하중을 견디는 기둥만 설치된 개방형 구조)의 1층 발화 지점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유족들은 이렇게 불길이 번지지 않은 2층에 조금만 더 빨리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도 반복했다. 하지만 그보다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족들은 "소방관들, 경찰들 정말 고생하신 분들 많고 그런 분들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재난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안전하고 사람 사는 대한민국 만들어 달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당부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이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디지텉콘텐츠팀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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