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숨진 간호사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간 요소 중 하나는 '태움'이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A씨는 간호사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려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태움문화란 들들 볶다 못해 영혼까지 태울 정도로 괴롭힌다는 의미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가리키는 속어다.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병원 현장에서 신규 간호사의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명분을 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간호사 조직의 이러한 문화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씨는 이 글에서 숨진 여자친구가 평소에도 "출근하기 무섭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지" 등의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여자친구가 숨지기 전날 자신에게 메시지로 "나 큰 일 났어, 무서워 어떡해"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2년 동안 만나면서 그렇게 무서워하던 얼굴은 처음이었다"며 "저녁 시간에 수 선생님(수 간호사)과 사수를 보러 갔는데 도대체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라 이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진작 일을 그만두라고 했을 것"이라고 슬픔을 호소했다.
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쯤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간호사 박모(27·여)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 휴대폰에서 박씨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확보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의) 가족과 남자친구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병원 관계자도 곧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근무했던 병원 관계자는 "(숨진 박씨가) 중환자실에 근무 중 실수를 해 걱정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병원 차원의) 자체 조사를 하고 있고 경찰 수사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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