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육 논란 부른 경성대 명물 독수리

입력 : 2018-03-27 19:43:59 수정 : 2018-03-27 23: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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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경성대 중앙도서관 인근 새장에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가 갇혀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경성대 조류관의 독수리, 참수리 등이 문화재청 허가 없이 불법 사육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독수리 등은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이다.

27일 경성대에 따르면 이 대학 조류관은 중앙도서관 앞 새장에서 독수리 2마리, 참수리 2마리, 흰꼬리수리 1마리 등을 사육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이들 맹금류는 1999년부터 2009년 사이 부산 시내 야산 등지에서 상처를 입은 채 구조돼 이곳에서 치료를 받았다. 1997년 개관한 조류관은 2001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동물치료보호소로 지정됐다. 조류관 측은 "이들 5마리 모두 치료한 뒤 방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해 계속 데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허가 없이 관리
규정 알고도 방관한 의혹
학교 "수시로 구두 보고"

문제는 대학 측이 법정 보호종인 이들 맹금류를 구조한 뒤 관계 기관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는 천연기념물로, 사육하려면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연기념물은 사체에 대해서도 표본·박제·매장·소각을 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길 경우 최고 5년의 징역이나 최대 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담당자는 "경성대로부터 사육 허가 신청이나 치료 내역을 문서로 보고 받은 적이 없다"며 "허가 없이 천연기념물을 키우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야생동물 보호 관리체계가 미비했던 시절의 규정이긴 하지만, 이들 맹금류를 보호소에 수용할 당시의 규정대로 조류를 관리해 왔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경성대는 "동물치료보호소 자체 서류에 보호관리 조류로 5마리를 기록했고, 문화재청 담당자와도 수시로 연락했다"며 "조류 치료 내역도 문서로 주고받지 않았지만 구두로 수년간 문화재청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대학 측이 부상에서 회복된 독수리 등을 더 좋은 곳으로 보내지 않고 학교 홍보에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경성대의 상징동물이 독수리이고, 중앙도서관 앞 시계탑 위에 독수리 상이 있다. 독수리가 있는 새장은 중앙도서관 근처에 있다.

환경단체인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동물치료소가 긴급 치료 결과를 문화재청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문화재청이 동물치료소 지정을 해제할 수 있는데도 당시 치료내역을 보고한 공문서가 하나도 없다"며 "두 기관 모두 허술하게 천연기념물을 관리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김 국장은 "새들을 자연으로 복귀시키거나 더 우수한 시설을 갖춘 치료소로 보낼 수 있었는데도 대학 측이 이를 방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강호 기자 che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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