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가 스포츠? AG 보며 때아닌 갈등

입력 : 2018-08-28 19:14:55 수정 : 2018-08-29 11: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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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중국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이를 스포츠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때아닌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지상파를 통해 게임이 중계되면서 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성세대 간의 미묘한 '불통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27일부터 지상파 중계되자
젊은 세대 "당연히 스포츠"
기성세대 "전파 낭비" 설전

지난 27일 대학생 이 모(23·금정구 부곡동) 씨는 아시안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중계방송을 시청하다 아버지와 때아닌 마찰을 빚었다. 평소 응원하는 선수가 국가대표로 나와 들뜬 마음으로 시청하던 중 아버지가 이 씨를 한심하다는 듯 나무란 것이다. 이 씨는 아버지에게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지녔다"며 아버지를 설득하려 했으나, 끝내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는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해 6종류의 게임이 세부 종목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7명의 선수가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경기로 진행한 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승격되면 다른 종목처럼 병역 혜택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가 지상파 채널을 통해 중계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e스포츠에 익숙지 않은 세대는 온라인 게임이 스포츠로 인정받는 것을 두고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지상파 중계방송을 시청한 기성세대들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해설자들이 게임 방식을 설명했지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은 중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 모(45·여) 씨는 "온라인 게임이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느냐,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인정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권장하는 분위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대학생 장 모(24) 씨는 "바둑도 스포츠이지 않으냐, 꼭 몸을 쓰지 않더라도 전략을 가지고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스포츠라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스포츠에 대한 시각 차이와 e스포츠에 대한 친숙도가 세대마다 다른 것이 이런 현상을 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아대 윤상우(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세대는 게임 내에서 경쟁이 존재하고 승패를 가린다는 점에서 야구나 축구와 큰 차이가 없다고 인식할 것이고, 이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온라인 게임 문화를 겪은 세대가 아직 한정적이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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