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 제일의 ‘명당’을 둘러싼 힘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영화적 살을 붙여 매만진 영화 ‘명당’(19일 개봉)이 관객을 찾는다. 영화는 제작사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중 마지막 이야기. ‘관상’(2013)과 ‘궁합’(2018)의 흥행을 이끈 제작진이 다시 한 번 뭉쳤다. 탄탄한 서사와 흡입력 있는 연출은 물론 소소한 재미까지 더해 올 추석 연휴 극장을 찾는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박희곤 감독은 1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명당’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우리가 딛고 사는 ‘땅’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배우 조승우 지성 김성균 유재명 백윤식 이원근 등이 함께 했다.
이 작품은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과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린다. 지성은 극 중 땅으로 왕을 만들려는 몰락한 왕족인 ‘흥선’을, 백윤식은 조선의 왕권을 흔드는 세도가 ‘김좌근’을 연기했다. 김성균은 김좌근의 아들이자 땅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야망가 ‘김병기’를, 유재명은 박재상의 친구이자 타고난 장사꾼 ‘구용식’을 맡았다. 문채원은 조선 최고의 대방 ‘초원’을 연기했고, 이원근은 권력을 빼앗긴 왕 ‘헌종’으로 분했다.
메가폰을 잡은 박희곤 감독은 “배경은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젊었을 때의 시간이다”며 “역사적 사실을 일정 부분 가져와서 픽션으로 가공했다. 잘 어우러지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느냐, 새롭게 가공할 것인가 고민 많이 했다”면서 “‘땅’이라는 소재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좋은 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덕분에 영화에는 우리 전통의 풍수지리와 역학 요소가 듬뿍 담겼다. ‘명당’을 ‘제2의 주인공’이라 말할 만하다.연출을 맡은 박희곤 감독은 "명당을 포함한 다양한 공간들로 캐릭터의 특성과 감정, 관계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땅을 딛고 살아가는게 인간이다”며 “그런데 우리네 현실은 그 아래에 매몰돼 있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땅과 집이 중심에 놓여버리게 됐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가치관이 뒤바뀐 것 같은 기분이 종종 들었다”며 “그런데 역사를 보니 과거에도 그런 모습을 보이더라. 인물들을 통해 이런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최초로 천년사찰인 화엄사의 모습이 담겼다. 화엄사는 극 중 ‘가야사’로 등장하는데, 그 모습만으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박 감독은 “화엄사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절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서 “‘대웅전’과 ‘각황전’이라는 곳이 따로 있다. 절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이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도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은 “조승우 배우와 ‘퍼펙트 게임’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났다”며 “그동안 꾸준히 연락을 했지만 이번에 다시 호흡을 맞춰보니 그때와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더라”고 말했다. 이어 “연기에 폭이 넓고 깊이가 있어졌다”면서 “스크린에서 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주연 배우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조승우는 “‘땅’이라는 소재를 감독님이 잘 풀어주셨다”며 “영화가 주는 큰 메시지들이 있다. 소재를 떼어놓고도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연기한 ‘박재상’에 대해서는 “올바른 말을 했을 뿐인데 힘든 일을 겪는 인물”이라며 “처음에는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일을 시작했을 수 있지만, 나중에는 능력을 나라를 위해 올바르게 쓰려고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도 전했다. 조승우는 “여러 면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며 “인간이 갖지 말아야 할 욕망들과 생각들을 경계하게 한다”며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올바른 것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조승우는 이 작품에서 유재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드라마 ‘비밀의 숲’ ‘라이프’에 이어 세 번째다. 조승우는 “유재명 씨와 하도 작품을 많이 하니까 없으면 허전 하더라”며 “같이 촬영 안하면 심심하기도 하다. 늘 옆에 있어야 하는 존재, 정신적 지주 같은 느낌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 얘기를 다 들어주시면서 푸근한 마음으로 감싸 주신다”고 덧붙였다.
유재명은 “조승우 배우는 같이 호흡하기에 정말 잘 맞는 배우”라며 “눈빛으로도 무언가를 주고 받을 수 있더라. 연기자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작품의 소재인 ‘명당’에 대해서는 “서울 와서 처음 살았던 옥탑방에 가봤다”면서 “당시에 나한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에서 젊은 ‘흥선’을 연기한 지성 역시 “감정을 토대로 외적인 모습을 표현했다”며 “밖으로 최대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도록 스스로 몸을 고생시켰다”고 털어놨다. 그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일종의 ‘광기’에 대해선 여러 가지로 해석했다”면서 “그가 보이는 리더십을 ‘포용’이라고 정하고 인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명당’만의 강점에 대해선 “추석과 잘 어울리는 영화”라며 “백윤식 선생님과 배우들의 열연, 감독님의 연출이 더해진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인사동 스캔들’ ‘퍼펙트 게임’ 등을 만든 박희곤 감독의 신작이다. 배우 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백윤식 등이 출연한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
남유정 기자 seas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