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프로그램이 다시 한 번 '남자 인권'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19일 국내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의 한 장면이 재생산 돼 퍼지고 있다. 주인공 이유리가 남자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여기서 이유리가 남탕으로 쳐들어가자 화들짝 놀란 손님들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을 캡쳐해 현재 '공중파의 남성인권', '요즘 공중파 드라마 목욕탕 씬' 등의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있다. 이를 본 이들은 "이게 바로 역차별 아니냐", "반대로 남자가 여탕을 쳐들어갔으면 벌써 뒤집어졌지" 등 크게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MBC가 이런 논란을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5년 3월 방송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개그맨 김경식 부자가 목욕탕을 찾은 모습을 담았는데 뒤쪽에 일반 남성의 알몸이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제작진은 뒤늦게 사과하고 재방송과 다시 보기에서 해당 장면을 모자이크처리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2'에서 또다시 '사고'가 터졌다. 훈련병들의 탈의를 하는 장면을 내보내며 중요 부분만 나뭇잎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 그러면서 자막을 저질스럽게 넣어 시청자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하반신만 모자이크 한 채 훈련병들의 샤워 장면까지 내보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모자이크가 되긴 해도 보조 출연진이 피부색 옷을 입는 등 최소한의 '준비'가 있지만 군인들의 경우 원본은 정말 알몸이기 때문에 더욱 충격을 던져줬다.
이것 자체로도 논란이지만 후속 프로그램도 적절치 못했다. 2015년 여군특집 3기에서는 여자 출연진들이 남성 부사관의 신체를 묘사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내보내고, 이를 CG처리까지 하는 등 여전히 남성 인권에 대한 수준 이하의 인식을 보여줬다.
해당 피해자의 가족이 불쾌함을 표시했으며, 제작진이 결국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진짜사나이-여군특집 3기'는 방통위 심의에 올라 권고 조치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또 발생했다. 심의를 맡은 위원들의 인식도 크게 나을 것 없었기 때문.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2015년 9월 23일 열린 회의에서 당시 여당 추천 함귀용 위원은 "이건 당사자가 성적인 모멸감을 느껴야 성희롱이 성립이 되는데 하사관(소대장)은 기분이 굉장히 좋았을 것"이라면서 "나에게 저렇게 말했다면 기분이 좋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인 박신서 위원은 "누나가 동생의 동의를 받아서 방송을 삭제하고 (제작진에) 사과하라고 하는 거 같다"면서 "뒷모습이 풀샷으로 나와서 그렇지 (엉덩이가 크지 않고) 미디엄 정도의 사이즈인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곰탕집 성추행' 논란이 뜨겁다. 한 식당에서 남성이 여성 성추행했다는 시비가 발생했고, 결국 해당 남성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해당 사건의 증거가 명확치 않고 오직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한 판결 등 여러 논란거리가 있지만 어쨌든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법의 심판이 가해졌다.
하지만 이와 정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산에 거주중인 남성이 연상의 여성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했지만 가해자는 기소유예 판결을 받은 것이다. 여성이 범행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메신저의 대화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가해자를 풀어주고 말았다. 곰탕집 사건에서 성별이 달라졌고 판결도 바뀐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남성 인권에 대한 인식은 여성의 그것보다 많이 뒤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성평등'에 앞장서야 할 MBC의 이해할 수 없는 '인권 인식'은 아쉽기만 하다.
김상혁 기자 sunny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