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영22편의 영화평론과 8편의 문학평론이 평론 부문 응모에 참여했다. 좋은 글들이 많았고, 심사를 핑계로 읽으면서 많이 배웠다. 물론 좋은 글이 곧바로 좋은 평론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응모작 중 적지 않은 수가 영화와 문학 작품을 젠더 혹은 외국노동자 등 사회적 의제로 환원하거나 신화의 현대적 구현으로 다루었다. 뛰어난 평론도 적지 않았으며, 네 편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0과 1이 된 링컨과 릴리언 기쉬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스며든 초기영화 이미지'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라는 대중영화에서 영화사의 흔적을 읽어 내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평론이었다. '유리 너머 어렴풋이-이창동론'은 폭넓은 시야로 이창동에 관한 기존 담론을 재검토하는 메타비평을 경유해 이창동 영화세계의 심장에 다가가려는, 날카롭고 도전적인 글이었다. '접면의 시학: 신용목론'은 신인평론가의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대담하고 리드미컬한 문체로 '경계 위에서 발화된' 시어들의 곡절을 탐색한다.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 - 황인찬론'은 '이데아'를 키워드로 시인 특유의 담담한 시어들의 아득한 이면을 성실하게 파고들어 설득력 있게 분석해낸다.
이 글들에 우열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만일 여러 심사위원이 있었고 다른 분이 네 편 중 하나를 선택했다면 나는 진심으로 수긍했을 것이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0과 1이 된 링킨과 릴리언 기쉬'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영화를 오직 이미지의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은 물론, 이 평자가 지닌 그리고 요즘 들어 더욱 희귀해진 영화사에 대한 교양과 계보학의 감각에 마음이 쏠렸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