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열렸다. 한국과 아세안은 우리의 신남방정책으로 가까워지고 있으나, 실제 인류의 유전자 지도에서도 매우 가깝다. 통설에 따르면 한국인의 계통은 북방계 70%, 남방계 30% 비중이다. 하지만 유전자 게놈 분석을 하면 할수록 남방계 비중이 40%로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방민규 논문 ‘생물인류학 자료로 본 한국인 기원문제에 대한 연구’). 남방계는 물론 동남아시아, 즉 아세안 국가들을 아우른다.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
韓, 북방계 70% 비중 뒤집어
남방계 흔적 40%까지 늘어나
한-아세안 긴밀한 교류 증가는
아득한 옛 흔적 되밟는 과정
고고학이나 언어학 차원에서 한민족 기원은 북방 몽골 근처 바이칼호수(혹은 알타이산맥) 쪽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때 한국인 몸속 유전자 지도는 조금 다르다. 남방계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인류 모계 혈통을 추적하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남방계 유전자 비중은 60% 이상이다(이홍규 〈한국인의 기원〉). 인류 부계 혈통을 규명하는 Y염색체 DNA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의 남방계 유전자는 20%다(시노다 켄이치 〈일본인, 한국인의 조상〉). 한국인의 모계와 부계의 남방계 비중이 이렇게 크고 작은 것은, 이를테면 북방계 남자들이 전쟁과 정복의 형태로 남하하면서 남방계 여성을 취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따위의 다양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하튼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인의 남방계 유전자는 40% 수준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서는 ‘최초의 어머니 이브’로부터 33개의 대씨족이 나왔는데 이중 한국인은 크게 보면 8개 대씨족의 자손으로 분류된다. 대씨족은 하플로그룹이라고 하여 고유 알파벳 형으로 표기된다. 남방계에 속하는 한국인의 대씨족은 D형(30%), B형(14%), F형(10%), M7형(8%), 4개다. 이들 대씨족은 아세안 국가를 비롯해 중국 남부, 네팔 등지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특히 D형은 동아시아 최대 집단이면서 한국인 셋 중 하나가 속할 정도로 가장 비중 높은 모계 혈통이다. B형은 중국 남부에서 대만을 거쳐 하와이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일대의 숱한 섬으로 널따랗게 퍼졌다. 한국인에게 B형 혈통은 7명 중 1명꼴이다.
부계 혈통의 인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Y염책체 DNA 분석에 따르면 ‘최초의 아버지 아담’으로부터 18개의 대씨족이 갈라졌는데 한국인은 크게 3개 대씨족의 자손으로 분류된다. 이중 남방계에 속하는 한국인의 Y염색체 대씨족은 C형(15%)과 D형(5%), 2개다. 두 대씨족은 아프리카를 나온 인류가 인도·아시아 대륙 남쪽 해안을 따라 동남아시아까지 왔다가 북쪽으로 확산한 혈통이다.
그런데 한국인 남방계의 이동 흔적은 허황옥 전설 등의 드문 예를 빼고는 왜 많이 남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해명은 앞으로 학계 과제다. 현재 추정은 이러하다. 인류가 이동하던 2만 년 전은 최대 빙하기로 해수면이 지금보다 무려 120m나 낮았다. 그때 황해는 육지로 드러나 한반도는 중국과 이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도 한 덩어리였으며, 심지어 숱한 섬의 나라인 인도네시아 일대도 하나의 ‘순다대륙’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남방계의 이동 흔적은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속으로 가라앉아버렸다는 것이 유력한 해석이다. 결국 그 흔적은 사라졌으나, 한반도 사람들의 몸속에 남방계 유전자는 크게 남아 있는 셈이다. 그 아득한 흔적을 되밟듯이 현재 아세안과 한국은 ‘다문화 통혼’으로 다시 피를 섞고 있으며, 바야흐로 한·아세안의 긴밀한 경제·정치적 연대가 도모되고 있는 셈이다. ‘아세안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 예사로운 말이 아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