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영화 1년에 4.37편 본다… 역대 최고 관객수도 경신

입력 : 2020-02-17 17:58:53 수정 : 2020-02-17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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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쏠림현상’ 심화, '극한직업' 빼면 수익률 마이너스
배급사 관객점유율 디즈니 해외사로 첫 1위, CJ ENM 2위


2019년 한국영화 중 역대급 수익률을 올린 천만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극한직업’을 제외한 상업영화 44편의 수익률은 -8.1%로 부진했다. 부산일보DB 2019년 한국영화 중 역대급 수익률을 올린 천만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극한직업’을 제외한 상업영화 44편의 수익률은 -8.1%로 부진했다. 부산일보DB

한국 인구 1인당 연평균 영화 관람횟수는 4.37회로 아이슬란드 4.32회를 넘어선 세계 1위 수준을 유지했다. 2019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2억 2668만 명으로 지난해 대비 4.8% 성장해 역대 최고 관객 수를 갱신했다. 영화가 국민 최대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또 한 번 증명한 셈이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51%로 2011년 이후 9년 연속 50%대를 유지해 외국영화에 대한 우위를 유지했다. 영진위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을 발표했다.


■‘디즈니 열풍’ 천만영화 3편

지난해 천만 영화는 총 5편이었다. 한국영화 ‘극한직업’(1627만 명)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고, ‘어벤져스: 엔드게임’(1393만 명) ‘겨울왕국 2’(1337만 명) ‘알라딘’(1255만 명) ‘기생충’(1009만 명) 순이었다. 특기할 만한 점은 해외배급사인 디즈니의 배급작이 3편이나 포함됐다는거다. 나머지 2편은 모두 CJ ENM의 배급작이다.

배급사 관객 점유율에서 지난해 2위였던 디즈니가 27.3%를 차지해 해외사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CJ ENM이 관객 점유율 22.7%로 2위, 롯데(2018년 1위)가 7.9%로 3위에 그쳤다.

전통적인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은 점점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화는 설 연휴와 여름 성수기, 추석 연휴와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객 수가 많았고, 외국영화로는 ‘마블영화’가 비수기로 구분되던 4월과 11월에 개봉해 흥행세를 이어갔다.

‘스크린 독과점’은 역대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별 평균 상영점유율이 1위가 35.8%, 2위가 20.0%, 3위가 13.4%로 단 3편의 영화가 하루 상영횟수의 약 70%를 차지했다. 또 1년 중 일별 상영점유율 1위 영화가 80%를 넘은 날이 총 3일(‘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사상 최초), 70%를 넘은 날은 총 9일이었다. 스크린 독식으로 관객 선택권이 축소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천만 영화는 ‘알라딘’을 제외하고 모두 50% 이상의 일별 상영 점유를 통해 스크린 과반수를 차지했다. 대작영화의 시장 편중 현상이 극심했다는 뜻이다.

반면, 독립·예술영화의 설 자리는 더 줄었다. 2019년 독립·예술영화 관람객은 총 809만 명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고, 이는 극장 전체 관객의 3.6%에 불과한 수치다. 한국영화로 한정하면 그마저도 1.3%대로 떨어진다.

영진위는 “100만 명을 동원해 1위를 차지한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사실상 중·저예산 영화였다는 점에서 한국 독립영화의 관객이 확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벌새’ ‘아워바디’ ‘메기’ ‘우리집’ ‘윤희에게’ 같은 독창적인 서사의 독립영화가 연달아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14만 명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하며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통틀어 2019년의 가장 빛나는 데뷔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영화 시장에서 디즈니 배급작 3편이 천만영화를 달성했다. 해외배급사로는 처음으로 관객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디즈니 열풍’이 분 해였다. 부산일보DB 한국영화 시장에서 디즈니 배급작 3편이 천만영화를 달성했다. 해외배급사로는 처음으로 관객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디즈니 열풍’이 분 해였다. 부산일보DB

■OTT 시장 가시적 성장

2019년은 디지털 온라인 시장이 대폭 성장한 해였다. 2019년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극장, 디지털 온라인, 해외) 매출 총 2조 5093억 원 중 디지털 온라인시장 매출은 5093억 원이었다. 전체 매출의 20.3%를 차지하며 최초로 영화산업 주요매출 20% 대 진입을 신고했다.

이 중 OTT(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이 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했고, 인터넷 VOD 시장 매출규모는 9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7%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2019년 CJ ENM 및 스튜디오드래곤, JTBC 등과 장기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한국 콘텐츠 확보에 나서, 앞으로 OTT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주목된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 출범한 ‘웨이브’는 2019년 9월 출범해 단숨에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한국 상업영화 평균 수익률은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2018년 -4.8%를 기록해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는데, 2019년 상업영화 45편의 평균 수익률은 5.9%로 반등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 600% 이상의 역대급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극한직업’을 제외하고 상업영화 44편의 평균 수익률은 -8.1%로 떨어졌다. 수익률도 ‘쏠림현상’을 피해갈 수 없었다.

대작보다는 중급(50억~80억 원) 규모 영화의 수익성이 가장 좋았다. 장르적 다양성에 힘입어 중급영화 16편 수익률은 36.9%였다.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150억 원 미만의 수익률은 14.5%(2018년 –48.3%), 150억 원 이상은 –15.6%(2018년 8.3%)를 기록했다.

2019년 특기할 만한 점은 또 여성 영화인의 참여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9년 개봉작 174편의 헤드스태프 여성참여율을 분석해보면, 여성감독은 27명(14.1%), 여성 제작자는 52명(22.9%), 여성 프로듀서는 58명(26.9%), 여성 주연은 63명(37.3%), 여성 각본가는 54명(25.8%), 여성 촬영감독은 12명(6.2%)이었다. 프로듀서(-1.2%p)와 주연(-0.5%p)을 제외하고는 2018년보다 모두 소폭 상승했다.

여성감독의 흥행 선전도 돋보인다. 순제작비 30억 이상의 상업영화에서 2018년 여성감독은 단 1명(2.5%)이었지만 2019년 5명(10.2%)으로 증가했다. 이들 5명의 연출작은 모두 한국영화 흥행순위 30위권에 올랐고 이 중 3명의 작품은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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