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늇쓰리] 민자도로 7개에 '3조 원' 털린 부산 시민

입력 : 2021-06-02 18:40:46 수정 : 2021-08-04 16: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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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늇3[늇쓰리]'는 부산·울산·경남의 이슈를 짧고 맛있게 요리한 '3분 영상뉴스'입니다.


부산에서 차를 몰면 황당한 일이 많습니다. 시민들의 과격한 운전 습관? 아찔한 경사를 자랑하는 산복도로? 아닙니다. 운전자의 지갑을 털어가는 ‘유료도로’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요.

부산은 왜 이렇게 돈 받는 도로가 많을까요? 또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통행료를 시민들 지갑에서 털어 갔을까요? 오늘 늇쓰리의 주제는 ‘유료道市 부산’입니다.


부산에 놓인 민자 유료도로는 백양터널, 수정터널, 부산항대교, 거가대교, 을숙도대교, 산성터널, 천마산터널 등. 전국 지자체 유료도로 32개 중 7개가 부산에 있습니다. 이들 유료도로를 모두 통과하면 소형차(편도) 기준으로 1만 8600원, 대형차는 최대 4만 7100원을 내야 하죠.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민자 유료도로는 시민들에게 통행료 수익으로만 총 1조 8579억 원을 챙겼습니다. 무려 8000원 짜리 돼지국밥이 2억 3223만 7500그릇. 부산에서 가장 비싼, 소형차 기준 통행료가 1만 원인 거가대교가 8618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운영 기간이 긴 백양터널(2000~2020년)이 4141억 원. 수정터널(2002~2020년)이 2460억 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2000년, 79억 원에 불과하던 부산 시민의 민자도로 통행료 부담액은 20년 만에 1879억 4000만 원으로 23배가량 증가했죠.

시민 1명이 20년 동안 지불한 통행료는 52만 4654원.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 시민은 평균 6956원의 통행료를 부담했지만 이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5만 4654원까지 치솟았습니다. 2000년(2072원)에 비하면 26배 뛰었죠.


더 큰 문제는 통행료 수익뿐만 아니라 시 보조금 등을 합치면 3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도로 운영사가 거둬들였다는 건데요.


부산시가 해마다 각 민자 유료도로 운영사에 지원한 보조금은 총 6463억 원에 달합니다. ‘통행료 인상방지 명목’으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비 3649억 4000만 원을 지급했고 여기에 백양터널, 수정터널, 을숙도대교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에 따라 목표 통행량에 미달해 총 2814억 원의 시 보조금을 받아 갔죠.

MRG의 경우 운영사에 유리한 독소조항으로 꼽혀 2009년 폐지됐지만 2000년대 초반 지어진 백양터널, 수정터널, 부산항대교 등 3개 도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수십 년째 시민들만 높은 부담을 지고, 운영사는 고수익을 얻는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왜 발생한 걸까요? 이유는 부산시와 운영사가 맺은 최초 실시협약에서 비롯됐습니다.

산이 많고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은 다른 도시보다 터널과 다리가 많이 필요한 상황.

부산시는 건설 가능성이 불투명한 국비 도로 대신, 민간운영사에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라도 도로를 짓는 ‘차악’을 선택한 거죠.


그 결과 운영사는 고리로 대출을 받아 건설비를 충당하고, 이후 통행료와 시 보조금으로 이자를 메꾸며 수입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는 겁니다. 시민들은 통행료와 더불어 운영사 보조금 명목으로 건설비를 ‘후불’로 내고 있다는 말입니다. 전액 국비로 지은 광안대교와 전액 민자인 거가대교는 통행료가 각각 1000원과 1만 원(소형차 기준)으로, 10배 차이가 나게 된 거죠.


2003년 수정터널에 26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시작. 2005년 61억, 2006년 75억으로 점차 증가하다 거가대교가 개통한 2011년 총 656억 원의 시비가 운영사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시 보조금은 이후 매년 100억 원씩 꾸준히 증가했고 지난해엔 975억 2000만 원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죠.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유료도로는 거가대교(3905억 원)입니다.


이 같은 통행료를 시민들은 얼마나 내야 할까요? 거가대교, 천마산터널 기준 최소한 2050년입니다. 7개 유료도로의 과거 운영 내역을 기반으로 손익을 추산한 결과 백양터널, 수정터널, 부산항대교, 거가대교, 을숙도대교, 산성터널, 천마산터널의 총 순수익 예상치는 2조 2343억 6000만 원으로 예상됩니다.


이중 거가대교는 자기자본금 1596억을 투입(건설비 중 10.2%), 7개 민자 유료도로 중 가장 많은 1조 2939억 원의 순수익을 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2025년까지 백양터널은 1882억 3000만 원의 순익을 남겨 자기자본(10억 원) 대비 188배의 이익을 남기게 되죠.


향후 지어질 만덕∼센텀 간 대심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추가되면 시민들 주머니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털릴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와 운영사간에 통행료와 보조금을 처음부터 뜯어고치는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7개 민자 유료도로 모두 실제 통행량은 예상 통행량의 70% 수준에 불과한데요. 예상보다 적은 수의 차들이 도로를 이용하는 만큼 운영비와 수익 등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운영 종료가 임박한 백양터널과 수정터널의 경우 과거 황령터널이나 구덕터널 사례처럼 부산시가 조기 인수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민자 유료도로 천국 부산, 아무리 필요해서 만든 도로라지만 시민들의 쌈짓돈을 무자비하게 가져가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더 이상 부산시민들은 ‘호구’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제작=김보경·이재화·정수원 PD / 진유민 작가 / 정연욱·홍성진 대학생인턴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김보경기자 harufor@busan.com , 이재화기자 jhlee@busan.com , 정수원기자 blueskyda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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