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 ‘젠산 펀치’(GENSAN PUNCH)를 들고 BIFF에 온 일본 배우 쇼겐은 이렇게 말했다. 11일 오전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의 분장실에서 <부산일보>와 만난 쇼겐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어제 (영화 상영 이후) 가슴이 벅차 잠을 잘 못잤다”고 입을 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 게스트를 초청하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요 작품의 주역들이 부산을 찾았다. 올해 ‘아시아 영화의 창’ 초청작이자 지석상 후보인 ‘젠산 펀치’ 주인공인 쇼겐도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하는 등 영화 축제를 함께 꾸미고 있다. 쇼겐은 “영화 기획부터 함께 한 작품이라 이번 개봉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의족 복서 실화 바탕 직접 기획
“현실의 벽을 마주친 인물이
꿈 포기 않는 의지에 매력 느껴”
쇼겐은 사실상 이 영화의 구심점이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품을 기획했고, 필리핀 거장인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을 찾아가 영화 연출을 부탁했단다. 여기에 본인이 직접 주연을 맡았다. 그는 “3년 전 BIFF에서 감독에게 처음 작품 연출을 부탁했는데 거절하셨다”며 “이듬해 도쿄국제영화제와 필리핀에 따라가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삼고초려’ 끝에 감독이 메가폰을 잡기로 했다고. 쇼겐은 “나는 감독님의 팬”이라며 “외부 기획을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는 분이라 모시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감독님을 처음 만났던 게 운명이었어요. 그 만남에서 이 작품이 시작됐죠. 감독님이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구축하신 뒤에 영화 작업을 하시는 걸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필리핀 거장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 연출
일본 복서 실화 바탕…영화 주연 맡아
“현실의 벽 넘어 꿈 이룬 인물 의지 보여줘”
이 영화는 일본의 복서 쓰야마 나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어릴 때 사고로 의족을 단 쓰야마가 일본에서 정식 선수 자격을 받지 못하자 필리핀까지 가서 국제자격증을 따오는 이야기다. 쇼겐은 “현실의 벽을 마주친 인물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의지를 보여준 데 매력을 느꼈다”며 “쓰야마가 해외에서 활동한 점과 어머니와 유대 관계가 깊다는 점에서 나와 동질감도 느꼈다”고 설명했다. 복서 연기를 위해선 매일 체육관으로 출퇴근하며 맹연습했다. 쇼겐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분이라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복싱 연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쇼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의 힘과 영화제의 중요성을 더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영화인들이 함께 영화를 보면서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이 자리가 정말 소중하단 걸 더욱더 느꼈다”고 말했다. “올해 BIFF를 잊지 못할 거에요.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서 이 어려움을 모두 함께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