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유료도로 환승 제도를 도입한 것은 비싼 유료도로 통행료로 인한 시민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부산시가 빼든 칼은 ‘자금 재구조화’다. 지난 20년간 시민들이 약 2조 3000억 원을 유료도로 통행료로 지불한 상황에서 운영사가 받은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환승 할인을 통해 시민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서부산 산단 근로자 최대 수혜
하이패스 이용객 대상 할인 혜택
적용 시간 1km당 3분으로 제한
시, 환승 할인에 연간 50억 투입
■ 환승 할인 어떻게 하나
29일 부산시가 발표한 환승 할인의 핵심은 ‘둘째 이용 도로부터 200원 할인’이다. 통상 동부산에서 서부산으로 출근하는 경우 광안대교~부산항대교~천마산터널을 연속 통행하면서 최대 5200원(소형차 기준)을 매일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환승 할인제가 도입되면 광안대교 출발 기준으로 부산항대교, 천마산터널 이용 시 400원이 할인된다. 하루 왕복 800원으로 계산할 경우 매달 최대 2만 4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부산 7개 유료도로 상황을 고려하면 환승 할인을 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코스는 광안대교~부산항대교~천마터널~을숙도대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해운대에서 강서구 녹산산업단지로 출퇴근하기 위해서는 해당 교량과 터널을 연속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 경우 총 5200원의 통행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환승 제도가 도입되면 요금소마다 200원씩, 600원을 할인받아 4600원으로 줄어든다. 동부산에서 출퇴근하는 서부산 산단 근로자 등이 환승 할인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할인이 적용되면 유료도로 통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통행량과 함께 운영사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시는 운영사와 환승 할인액을 분담할 계획이다. 7개 운영사가 환승 할인 관련 시스템 설비비 12억 원가량을 내기로 한 점도 통행량 증대 예상에 따른 부분이다.
내년 5월부터 광안대교에 환승 할인 종합 시스템을 설치하고 7개 유료도로 환승 시스템을 관리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시는 기술적 문제 등으로 하이패스 통행 챠랑만 환승 할인 대상으로 정했는데, 현재 유료도로 통행 차량 중 85%가 하이패스를 이용하고 있어 이용객 대다수가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환승 할인 시간은 요금소 간 거리 km당 3분으로 제한했다. 이에 도로 간 거리가 가까운 부산항대교 천마산터널,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 백양터널 수정터널이 주요 혜택 구간이 될 전망이다.
김광회 부산시 도시균형발전실 실장은 “천마산터널, 부산항대교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 전체 도로 환승 체계를 속도감 있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 할인 보전금은 어떻게 확보하나
부산시는 거가대교를 제외하고 7개 유료도로(광안대교, 부산항대교, 을숙도대교, 백양터널, 수정산터널, 산성터널, 천마터널)의 환승 할인에 연간 5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한다. 시는 8월부터 11월까지 실제 통행량을 분석한 끝에 하루 평균 7만 대가량이 실제로 2개 이상의 유료도로를 환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루 평균 7만 대의 차량을 1년 동안 할인해 줄 경우 5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 시는 연간 50억 원의 비용을 각 유료도로 운영사와 자금 재구조화로 확보할 방침이다. 자금 재구조화는 운영사가 사용하는 금융권, 지주회사의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핵심이다. 7개 유료도로 중 2000년대 초반 지어진 수정터널, 백양터널의 경우 당시 고금리의 영향으로 금리가 최대 20%에 육박한다. 부산항대교의 경우도 금리는 최대 8.5%다. 부산항대교의 경우 건설비 2104억 원 중 지난해까지 949억 원을 상환한 만큼 향후 금리 부담을 낮추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금리에 따라 통행료와 운영 기간이 산정된 만큼 금리를 현실화할 경우 발생하는 차액은 부산시와 운영사가 절반씩 협약에 따라 가져간다. 시는 자금 재구조화로 6개 민자 유료도로에서 1500억 원가량이 시에 환원될 것으로 분석한다. 시는 환원 자금을 30년간 50억 원씩 환승 할인 보전액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김회경 동아대 도시계획공학과 교수는 “보전금을 운영사와 분담해야 ‘세금으로 할인 정책을 시행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며 “보여 주기식 환승 할인을 넘어 혈세 부담까지 줄이는 환승 할인으로 점차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