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는 기초단체장 선거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두 차례 구청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노기태 후보와 부산시 고위공무원 출신 국민의힘 김형찬 후보가 맞붙으면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현역 구청장과 정치 신인이 상호 고소전과 폭로전을 이어가는 상황이어서 마지막에 누가 승기를 쥐게 될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노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조기 착공
명품 의료 도시 위해 대형 병원과 협의”
김 “가덕신공항 신속·확실하게 추진
대저 공공주택 지구 등 조기 조성”
노기태 “8년간 이뤄온 성과…명품도시 조성 적임자”
현 강서구청장으로 3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노기태 후보는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조기 착공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추진 △국제신도시 대형병원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노 후보는 “명품도시 조성을 위해 지난 8년간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의 4년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의원, 공기업, 언론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둬 온 자신이 이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강서구에 도시철도가 없어 구민들이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서 하단에서 녹산까지 이어지는 도시철도를 빠른 시간 내에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시철도 조기 착공을 통해 르노삼성대로, 녹산산업대로에서 자주 발생하는 교통 체증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도 도시 미관을 고려해 명지 통과 구간은 지하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노 후보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가덕신공항이 2029년 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명지국제신도시 의료부지에 대형 병원을 유치해 명품의료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를 위해 부산대병원, 삼성병원, 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노 후보는 “현재 일부 병원과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강서구민들이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당선된다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구민전용 캠프장을 조성하는 등 구민 편의시설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노 후보는 맞상대 김 후보의 공직 시절 출장 중 카지노 방문 논란 등에 대해 날을 세워 비판했다. 노 후보는 “출장 중 카지노에 가는 등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를 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강서구가 퇴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난 8년간 구청장으로 근무하면서 강서구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서구민들이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김 후보가 건축직으로 부산시에만 근무해 시야의 폭이 좁다"며 "넓은 시야를 가진 구청장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형찬 “도시계획 전문성 있는 젊은 행정가”
김 후보는 지난 22년간 부산시 건설본부장, 도시균형재생국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도시계획을 전문으로 해 왔다며 젊은 행정 전문가가 강서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후보는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지하화와 조기 착공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추진 △국제신도시 2단계, 에코델타시티, 대저공공주택 등 주택공급 촉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노 후보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도 도시철도 하단~녹산선 지하화와 조기 착공을 1순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교통시설 확충이 강서구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현재 지상 교량으로 계획된 건설 방식을 저심도 방식으로 지하화해 공사 기간을 줄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저심도 방식은 기존 도시철도에 비해 더 얕은 깊이에서 도시철도를 연결하는 공법이다.
다음으로 김 후보는 가덕신공항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추진하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을 강서 발전의 획기적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내놨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고 첨단공법을 동원해 공기를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했다.
또 김 후보는 명지국제신도시 2단계, 에코델타시티, 대저 공공주택 지구 조기조성 등에 주택공급을 활성화해 인구 40만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인구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후보도 노 후보가 구청장으로 일할 당시 소통부재로 지역주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김 후보는 “강서의 발전을 위해 부산시,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협업이 중요하지만 노 후보의 경우 지금까지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일부 주민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면서 “당선된다면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현안을 원활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지금의 강서구는 교통, 교육, 문화 등 인프라가 열악했던 20여 년 전 해운대구와 많이 닮았다”면서 “당시 해운대구 건축과장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좋았던 점은 참고하고 아쉬웠던 점은 보완해 강서구의 발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