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무한정 ‘퍼줄’ 것 같았던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시스템’ 지원 요청에는 거절을 표했다. 당초 미국이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는 선택지와는 일단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로켓시스템 지원을 준비 중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는 로켓시스템을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연장로켓시스템 지원해 달라”
젤렌스키 요청 거절, 언론 보도
러 자극 않기 위한 의도로 풀이
앞서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다연장로켓 제공 방침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에 사정거리가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MLRS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MLRS는 한 번에 10발 이상의 로켓탄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용되는 미사일 종류에 따라 사정거리를 조정할 수 있다.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에 비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로의 공격이 가능한 무기를 미국에 요청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MLRS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이는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위원장은 “미국이 러시아에 도달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로켓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결정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한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런 무기를 안 보내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인들의 표현에 또 겁을 먹었다”고 비꼬았다.
한편 지난달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40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안보, 경제 원조 지원 방안에 서명했다. 이를 포함해 전쟁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총 540억 달러(약 69조 원)에 달한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