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회서 의전팀 나갔어야…국회의장 사과해야"
대통령실 "의회 인사는 영접 대상 아니라 국회서 준비"
"공항 마중 나가려 했는데 미국 측에서 '안 와도 된다'고 해"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밤 한국에 도착했을 때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전혀 없었던 것과 관련, 대통령실이 "국회서 마중나가려 했으나 미국 측이 거부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이 탑승한 C-40C 전용기는 지난 3일 밤 9시 26분께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미국 하원의장 방한은 2002년 데니스 해스터트 당시 의장 이후 20년 만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펠로시 의장을 맞이한 한국 측 의전 관계자는 전무했다. 펠로시 의장은 주한 미국대사관 등 미국 측 관계자들만 만난 뒤 용산 호텔로 이동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같은 부실의전에 상당히 불쾌했던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 일행은 용산 호텔로 들어갈 때 한국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정문이 아닌 다른 쪽 통로를 사용해 취재진을 '패싱'했다.

이날 오전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펠로시 측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온 것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도 부적절한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한 3일 밤 펠로시 의장 일행 숙소로 사용되는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이 철수하고 있다. 이날 펠로시 의장 일행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정문이 아닌 다른 쪽 통로를 통해 호텔로 들어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 하원의장은 우리로 치면 국회의장이기 때문에 의전 파트너는 정부가 아니라 당연히 국회"라며 "때문에 국회에서 방한 환영 의전팀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안 나갔다고 한다"고 황당함을 드러냈다.

하 의원은 "만약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도착했는데 미국 의회에서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냉대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큰 외교적 결례이고 대한민국 무시입니까?"라고 반문하며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외교결례'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외국) 의회에서 오는 인사는 영접 대상이 아니다"라며 "외교부 지침에서도 행정부 인사는 포함되어 있으나, 의회 인사에 대한 영접 지침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의전(팀) 측에서 마중을 나가려 했는데, 미국 측에서 '안 와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관계자 역시 "다시 확인을 해봐도 미국 측과 국회가 사전 실무협의를 거쳐 의전을 나가지 않기로 한 것이 맞다"며 "주한미국대사관 측에서 '불쾌하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국회 관계자도 "주한미국대사관도 협의 과정에 참여했을 텐데 왜 이런 보도가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며 "논란이 더 번지면 전후 사정을 잘 설명해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보내는 관계로 펠로시 의장과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으나, 두 사람이 만나야 한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쏟아지면서 만남 대신에 전화 통화라도 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태경 의원은 "펠로시 의장 대통령 미팅 관련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데 저는 대통령께서 만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도 국익을 위해 미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 글에서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서 펠로시 의장을 만나길 기대한다"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