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꾸린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조사단'의 조사 결과 낙동강 녹조에서 검출된 독성물질이 수돗물, 농산물, 레포츠 시설 등 전반에서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단체는 최근 들어 BMAA(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처럼 국내에서 검출된 적 없는 독성물질이 확인되는 등 녹조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조사단'(이하 조사단)이 25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대포해수욕장에서 발견된 BMAA는 알츠하이머병, 노인성 치매, 루게릭병 등의 뇌 질환을 유발하는 신경독소로 지목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1.116μg/L의 BMAA 성분이 검출됐다. 조사단 측은 녹조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한 탓에 하류 쪽에 독성물질이 몰려 평소 검출되지 않던 독성물질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녹조가 발생하기 전부터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들은 지난 13일 경남 거제시 농소몽돌해변, 흥남해수욕장, 덕포해수욕장 인근에서도 녹조 띠가 발견됐다면서 BMAA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 조사 결과 경북 영주시에 있는 영주댐 선착장에서 신경독소 성분인 아나톡신이 환경부 최대 검출치보다 14배 높은 3.945μg/L 수준으로 검출되면서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독성물질이 낙동강에서 대량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단체는 “2020년 국립환경과학원은 낙동강의 최대 아나톡신을 0.28μg/L 수준이라고 밝혔고 채수 방법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환경부가 측정한 검사치보다 14배 이상 검출된 것”이라면서 “이는 마이크로시스틴 외에도 녹조에서 발생하는 다른 독성물질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낙동강 물을 사용해 재배하는 농작물 등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미국환경청(USEPA) 물놀이 금지 기준치의 630배를 초과하는 양이 검출돼 우려가 커진다. 이번 조사에서 경남 양산시 지역 논의 경우 물놀이 금지 기준의 634.9배에 달하는 5079μg/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낙동강 본류에서도 3922μg/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수돗물 등 상수원 안전 우려가 높아진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낙동강 레포츠벨리와 친수시설의 경우에도 미국 기준의 48.5배에 달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계속 검출되고 있지만 낙동강 레포츠벨리에서는 여전히 수상 레저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친수활동 경보 체계가 유명무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녹조로 인한 독성물질이 점차 많이 발견되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부의 경우 검사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면서 검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유해 남조류가 에어로졸 등의 영향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연구가 거의 없다면서 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이승준 교수는 “마이크로시스틴의 경우 270종이 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 LR만을 감시 항목으로 지정해 대표성이 매우 낮다”면서 “삭시톡신과 같은 독성물질도 검사 대상에 포함하고, BMAA처럼 새롭게 검출되는 신경독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고도정수 처리 시설을 통해 독성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한다고 말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이크로시스틴을 다 걸러 낸다는 것은 거짓이라고 본다”면서 “낙동강 원수를 관리해야 수돗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