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는 기상청 예상보다 일찍 상륙해 더 짧게 머물다 빠져나갔다. 그나마 이른 새벽에 육지에 도달해 빨리 빠져 나가면서 피해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0시 힌남노는 제주도 성산 동남쪽 40km 해상을 지났다. 제주도와 가장 가까웠던 때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45hPa, 초속 45m였다. 3시간 뒤 힌남노가 경남 통영시 남남서쪽 80km 해상을 지날 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0hPa와 초속 43m였다.
전날 자정에도 불확실했던 힌남노의 상륙 지점은 경남 거제시였다. 오전 4시 50분 힌남노는 중심기압 955hPa의 상태로 거제시 부근에 상륙했다. 애초 기상청은 오전 7시께 경남 남해안 일대로 중심기압 950hPa 상태로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북쪽의 기압골이 내려오는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빨리 상륙했고, 강도도 다소 줄었다.
물론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힌남노는 강풍반경(바람이 15m/s 이상인 구역)만 400km에 달하는 큰 태풍이었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 정도 중심기압이 높아진 것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후 약 한 시간 뒤인 오전 5시 53분 부산 남구 오륙도 부근에 도달했다. 이동속도는 시속 52km였고,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5hPa과 초속 37.7m였다. 여전히 태풍의 강도는 ‘강’으로, 중위도까지 올라와 상륙했는데도 이 정도 강도를 유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6시께엔 부산 기장군 북동쪽 10km 지점까지 이동했다. 그나마 한반도 오른편에 치우쳐 움직인 것으로, 이 때문에 부울경 지역이 힌남노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었다.
힌남노는 계속해서 북동쪽 방향으로 움직였고, 오전 7시 10분 울산을 통과해 바다로 나갔다. 상륙 뒤 바다로 빠져나가기까지 약 2시간 20분 정도 걸린 셈이다. 울산에서 측정된 최대풍속은 초속 36.4m였다.
이후 힌남노는 6일 낮 12시 울릉도 북동쪽 70km 해상에 도달했다. 강풍 반경은 390km로 줄었고, 최대풍속도 초속 35m로 떨어졌다. 여전히 태풍 강도는 ‘강’으로 분류됐지만, 본격적으로 소멸 수순에 들어갔다. 자정이 되면 일본 삿포로를 넘어 해상으로 가겠지만, 이미 소멸됐을 가능성이 높다.
힌남노는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한 첫 슈퍼태풍으로, 서진하며 급격히 발달했다. 또 북진하는 과정에서 다시 힘을 키웠고, 다른 태풍을 삼키기도 했다. 북서태평양 고수온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던 힌남노를 두고 기상청 안팎에서도 “이런 태풍은 처음”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