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로컬 수산물가공 기업과 청년들이 협업해 개발한 제품이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업은 원가로 제품을 제공하고, 청년들은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선한 재료로 제품을 만들어내 지역과 상생을 이어가고 있다.
5일 부산에 본사를 둔 명란 가공기업인 덕화푸드에 따르면 부산 장림골목시장 청년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이 지역기업 생산제품인 명란을 이용해 간편식(밀키트) ‘명란톳밥’을 개발해 시판에 나섰다. 밀키트는 간장 베이스 ‘단짠단짠 명란톳밥’과 고추장 베이스 ‘매콤 명란톳밥’ 2종류이다. 현재 상인회에서 구입할 수 있고 이지웰 복지몰에도 입점을 확정했다. 해당 제품 개발은 중소기업벤처부의 전통시장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해당 제품은 부산 사하구 장림골목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청년 5명이 전통시장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끝에 탄생했다. 이들은 장림골목시장에서 정육점, 분식집, 횟집을 운영하는 젊은 30대 사장들로 구성됐다. 젊은 청년들은 부산의 대표적인 식재료인 ‘명란’을 활용해 남녀노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를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 유명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톳밥’을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명란과 톳을 함께 이용한 요리가 화제성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고, 실제로 서울 등지에서 톳밥을 요리로 내는 식당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등 시장조사도 거쳤다. 식재료는 모두 장림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으로 당일 현지에서 구매했다. 이들은 명란과 톳, 양념장을 비벼 먹는 비빔밥 개념의 음식을 최종 상품화했다.
요리 전문가들이 아닌 탓에 식재료를 파악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명란톳밥을 요리하기 위해선 톳과 명란의 비린내를 잡는 게 관건이었다. 아무리 명란이 가공을 거쳐 나왔다고 해도 특유의 비린내가 있었고, 톳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상인들과 함께 수십 차례 시식을 거치면서 비린내를 잡을 수 있는 앙념장을 개발하는 데 주력을 했다. 실제로 제품이 개발되는 데는 2개월 이상이 걸렸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요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두 식재료를 만지는 업을 하고 있는 덕에 긴 시간이 걸렸지만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부산의 수산물 가공 로컬기업이 청년들의 전통시장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명란 대표기업이자 부산에 본사를 둔 덕화푸드는 이들에게 명란을 원가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과 덕화푸드는 5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덕화푸드 측은 “예전에 덕화푸드 공장이 있었던 곳이 바로 장림이다. 장림시장 사이에 직영점이 위치했는데, 당시 장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않았다면 덕화푸드의 직영점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웃인 장림의 위기는 곧 우리의 위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공급하는 명란이 청년들과 지역사회에 조그마한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에 공장을 둔 기업에서 명란을 곧바로 조달하고, 전통시장에서 톳과 야채를 구입해 사용하다 보니, 보통 냉동상태인 밀키트와 달리 신선냉장으로 해당 제품을 즐길 수 있다.
이동선 장림골목시장 특성화 첫걸음 시장육성사업단장은 “부산의 대표적 식재료인 명란 등을 이용해 투자를 거의 받지 않고 상인들이 재료조달, 손질, 조리, 포장까지 모두 해내고 있다”며 “로컬과 청년들의 협업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