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배우 한지민이 "여러분의 곁에 항상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액터스 하우스'에서는 배우 한지민이 자신의 이름 '한지민'을 주제로 관객들과 함께 자신의 연기 여정을 돌아봤다. 이날 행사에서 한지민은 "드라마 '욘더' 팀과 일정을 소화하다 혼자 무대에 올랐는데, 자리가 비어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면서 이른바 '피켓팅'을 뚫고 객석을 꽉채운 관객들에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로 인사를 전했다.
한지민은 "처음에는 드라마 '대장금'을 함께 했던 이영애 선배랑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가 나중에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약간 두려웠었다"면서도 "데뷔 19년차가 되니 이런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오랜만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대면행사로 진행된 것도 있어 프로그램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지민은 "팬미팅을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연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어렵지 않은데, 가수들처럼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오르는 건 어려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그는 "이제 나이도 많이 들었고 오래된 팬 분들도 생겼다"면서 "기회가 되면 술 한 잔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으로부터 '팬미팅 계획'에 대한 질문을 다시 받은 뒤엔 "매니저들도 한 번 해보라고 하는데, 오늘을 계기로 계획을 잡아보겠다"면서 "많이 와주시면 감사하겠다. 장기자랑이 많지 않지만, 소규모로 담소를 나누는 걸 한 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이날 한지민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초반에는 아무 생각 없이 기회가 오면 다 했고, 중간에 슬럼프도 오고 한계도 느꼈지만 매년 하다 보니 20년 가까운 시간이 됐다"고 표현했다.
드라마 '올인'의 송혜교 아역을 맡으며 연기 데뷔를 했을 당시에 대해 "실제로는 한 살 차이인데 이미지만으로 캐스팅이 된 것 같다"면서 "경쟁이 치열했다던데, 난 연기도 잘 몰랐고 이걸 하고 싶은지도 몰랐을 때"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뭘 모를 때라 욕심이 없는 상태로 오디션을 임했는데, 제작진이 보기에는 긴장하지 않았던 걸로 보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드라마 '좋은사람'에서 과분한 역할로 섭외를 받아 출연했지만, (드라마를 마친 뒤) 연기를 그만해야 할까 고민했다"면서 "MBTI가 INFP라 민폐 끼치는 게 제일 싫었고, 부족한 부분을 현장에서 여러 번 다시 하니까 너무 미안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신인 때는 모두가 흡족해 하지 않았고, 현장 분위기도 엄하던 시절이라 집에 돌아오면 매일 울었다"고 전했다.
한지민은 "그때 '대장금'에서 신비(이영애 친구) 역할이 들어왔는데, 주인공이 아니라서 너무 좋았다"면서 "선배님들, 선생님들 연기를 직접 보며 배워보고 싶어서 출연했다. 특히 이영애 선배 말투도 따라해 보면서, 카메라·조명이 어딨는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한지민은 자신의 첫 영화 '청연'을 통해 연기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면서 "일주일 내내 촬영하는 분위기인 드라마와 달리 '청연'에서는 한 컷 한 컷 공들여 찍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감독님이 캐릭터의 감정선을 이끌어주는 과정을 통해 '디렉션'이라는 걸 처음으로 받아본 것 같다"면서 "고 장진영과의 모스부호 신을 찍고 난 뒤에는 처음으로 해냈다는 쾌감을 느꼈다. 앞으로 배우라는 걸 더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안타깝게도 영화와의 인연이 많이 이어지지 못해 드라마를 주로 하게 됐다"면서 "(영화 같은 현장에서) 차근차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또 한지민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처음에는 혼자만의 욕심이었다면, 이제는 팬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누군가에게 감정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점이 감격스럽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그리고 '꾸준히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며 팬들에게 책임을 다하고 약속을 지켜온 것 같다'는 사회자의 말에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내 일이고 ‘쉼'을 힘들어한 건 아니다"라며 "연기가 성장하는 걸 확인하고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30대에는 이런 걸 못하겠지 하는 맘으로 20대를 보냈는데, 그게 요만큼 한다고 또 그렇게 올라가는 건 아니라 좌절도 했다"면서 "스스로에 가혹한 편이었지만, 30대부터는 나를 돌아보며 토닥이는 시간도 가져봤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멘탈 관리' 노하우와 관련해서도 한지민은 "집중적으로 몇 개월을 그 역할로 살다가 끝나면 다른 세계가 와서 공허한 마음이 컸다"면서 "난 인간 한지민으로서의 삶을 억지로라도 쌓는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젊은 시절을 여기 오신 분들처럼 다 누릴 순 없고, 생활에서 불편한 순간도 있겠지만 그게 두려워서 포기하지 말자 마음 먹었다"면서 "막 대해주는 편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가족들과 같이 여행을 자주 다녔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배우는 뭔가 잘 비워내야 새로운 걸 채울 수 있는 직업인데, 교과서처럼 쉽지는 않지만 비움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한지민은 비슷한 장르의 작품이 쏟아지던 시절에 대해 "대부분 로맨틱 코미디였다. 너무 익숙하고 많이 해본 장면 같고, 비슷한 걸 또 하고 있다는 자괴감도 있었다"면서 "(혼자서는) 많은 변화를 주기가 쉽진 않아 작품을 좀 쉬다가 영화 '밀정'을 하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슬럼프라고 느꼈던 시기에 대해 "당시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돼 있는데, 내가 먼저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고 회사에 얘기했다"면서 "규모가 작더라도 다양성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폭넓게 보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또 "씻을 시간도 부족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안 변할 줄 알았는데 요즘에는 많이 변해서 잠도 많이 잔다"면서 "영화만 하던 스태프와 배우들도 드라마를 많이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영화 '미쓰백'의 한 장면을 관객들과 다시 감상한 뒤 한지민은 "기존과는 다른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어느 한 동네를 찾아가서 벌어진 이야기를 바라본 느낌이라 시나리오를 보고 바로 하겠다고 회사에 말했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학 전공이라 관심 있던 이야기이기도 했고, 뉴스를 보면 화도 놔서 두려움 없이 무턱대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촬영을 마치고 2년을 기다려도 개봉을 못하고 있어서 스태프들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배급사를 구했을 때 마침 부산국제영화제 시즌과 맞물려 저의 작품을 들고 올 수 있는 꿈 같은 순간이 왔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한지민은 "막상 개봉을 한다니까 너무 무서웠다. 욕먹을 일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기자 시사회 전날에는 잠도 거의 못 잤다. 날카로운 리뷰 기사들이 나올까 엄청 긴장했지만,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고 다시 돌아가도 출연할거야 하는 각오를 다졌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또 "(호평이 쏟아진 이후에도) 아는 기자들에게 정말 괜찮았는지 여러 번 물어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 '미쓰백'을 통해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새로운 도전에 망설이는 시기가 온다면, 주저앉기 보다는 응하는 용기가 생길 것 같다. 큰 산을 마주해도 빠르게 넘어갈 수 있는 힘이 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한지민은 이번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속사포 같은 대사로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도 관객들과 함께 지켜봤다. 이후 그는 "마음까지 담아내는 장면이라 실제로 쉽지 않았다. 다운증후군 배우가 실제로 연기했고. 장애 가족의 얘기를 대변해야 했다"면서 "그런데 상대 배우 김우빈은 대사가 없었다"며 웃었다.
이어 "처음 대본을 읽는데 눈물이 너무 쏟아져서 잘 해내고 싶었다"면서 "대본은 두 페이지인데, 행동 지문도 다양하게 한 신에 다 들어가서 실제 촬영 때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컷마다 모두 세팅을 달리해서 10번을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또 드라마 준비 과정에 대해 그는 "먼 친척 중에도 다운증후군 가족이 있고, 가까운 가족에도 발달장애, 자폐 가정이 있어 간접적으로도 알고는 있지만, 당사자만큼은 알 수 없으니 영희 역할을 맡은 정은혜 작가의 어머니를 직접 뵀다"면서 "정은혜 작가의 전시회도 직접 찾아가 얘기를 듣는데 맘이 너무 아파서 그런 걸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지민은 '출연작마다 사회적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있다'는 사회자의 말에 "의도가 있거나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면서도 "모든 작품마다 책(대본)이 주는 에너지로 한 것 같은데, 작품이 쌓이다 보니 그런 말씀들을 주시더라. 앞으로도 고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액터스 하우스'에 배우 한지민이 참석했다. 문경덕 인턴기자
한지민은 '미쓰백 속의 대사가 평소 한지민이 팬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있는 것 같다. 옆에 있어줄 것 같은 든든함'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거창하게 생각하고 쌓아온 건 아닌데, 제 삶의 태도나 성격은 누군가 가장 힘들 때 필요한 건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답을 말해주기보다는 옆에 있어주는 게 위로"라고 답했다. 또 "저도 제 주변 사람들에게 그러고 싶다"면서 "제가 대중들에게 드릴 수 있는 건 작품밖에 없다 보니, 꾸준하게 연기를 해나가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액터스 하우스'에 대해 "이 시간 울컥하고 뭉클해지는 기분을 참으면서 해왔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내가 너무 귀하고 사랑 받는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도록 관객들이 자리를 채워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