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 유치원 급식에 순두부찌개·짬뽕…"매워서 못 먹고 오는 날도"

입력 : 2022-10-12 10: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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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병설 유치원 '매운 급식' 사진. 현지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주 병설 유치원 '매운 급식' 사진. 현지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순두부찌개와 짬뽕 같은 매운 급식이 나오는 날에는 원생들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제주도교육청의 2021 회계연도 결산 심사가 열린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지홍 의원(비례대표)은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병설 유치원생들이 초등학생과 동일하게 매운 급식을 제공받는 문제를 거론했다.

현 의원은 학부모로부터 제보 받은 급식 사진 4장을 공개하며 "한 학교가 아니라 다 다른 학교"라고 말했다. 사진 속 급식 메뉴에는 순두부찌개와 짬뽕, 김치볶음밥 등 매워 보이는 음식이 포함돼 있었다.

현 의원은 "이런 급식이 나오는 걸 어떻게 아셨냐고 물어봤더니, 어떤 날은 (아이가) 집에 와서 허겁지겁 먹는다고 했다"며 "계속 관찰하다 보니 허겁지겁 먹는 날에 학교 메뉴판에 들어가 보면 꼭 매운 음식이 나오는 날이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유치원에서) 밥을 못 먹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 의원은 올해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학생 연령별 특징을 고려한 음식 크기 조절 및 조리법 제공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언급하며 "도내 초등학교에 속해 있는 병설 유치원은 (해당 초등학교와) 급식을 따로 하느냐"고 물었다.

회의에 참석한 고경수 도교육청 교육국장은 "대부분 같이 하고 있지만 맵거나 짜거나 이런 부분들은 구분할 수 있도록 따로 공간이 마련된 곳도 많다"고 답했다.

현 의원은 "제가 파악하기로는 만 5세에서 6세로 구성된 유치원에서도 급식을 초등학교와 같이 하고 있다"며 "유아들은 상대적으로 소화 기능과 저작 능력(씹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 아이들이 초등학생들과 동일하게 급식을 제공 받는 게 맞는지 조금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 의원이 "아이들이 매운 급식을 못 먹는 걸 반찬 투정이라고 봐야 하느냐"고 묻자 고 국장은 “반찬 투정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한 번에 급식을 만들다 보니까 모든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급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현장의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원의 매운 급식 논란은 지난해 11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 원생에게 매운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진정이 제기된 데 대해 '매운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라며 기각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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