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와 함께 보면 좋은 ‘부산 전시’

입력 : 2022-10-17 17:27:01 수정 : 2022-10-17 18: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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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
부산시립미술관 지역 미술사 한눈에
공간 힘 큐레토리얼 프로그램 기획전
이다솔 기획자 ‘밤이 없는 방’ 선보여

부산시립미술관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 전시 전경.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부산시립미술관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 전시 전경.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2022 부산비엔날레와 함께 보면 좋은 부산의 전시를 소개한다. 공공미술관, 비영리 대안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로 지역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만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모든 것은 서로를 만들어 나간다’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부산의 역사를 하나로 엮어서 보여준다.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한 부산 작가 23명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된다. 로비에는 조형섭 ‘근대화 슈퍼’, 정진윤 ‘추락하는 날개-도시’, 이창운 ‘편도여행’, 서평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전준호 ‘우리가 믿는 신 아래’이 전시되어 있다. 근대, 도시, 자본주의, 국가, 역사 등 이번 전시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상징하는 작품들이다.

전시실 내부는 ‘식민도시 부산’ ‘귀환과 피란의 부산항’ ‘전쟁특수와 산업화’ ‘부마민주항쟁과 노동자투쟁’ 네 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첫 작품인 우신출의 ‘영가대’는 1929년에 제작된 작품으로 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가장 연대가 빠르다. 작품 제목은 영가대지만 그림 속에 영가대는 등장하지 않고 전차가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부산이라는 도시의 형성과 이것이 어떻게 부산미술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양달석 ‘판자촌’, 최종태 ‘침묵의 대화’에는 피란도시 부산과 한국전쟁 이후의 역사가 담겼다. 전시장에서는 미술 작품과 함께 부마민주항쟁과 노동운동에 대한 사학자, 경제학자, 노동운동 전문가의 인터뷰 영상도 소개된다. ▶2023년 3월 1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2층

김혜연 '숨만 쉬는 방'. 공간 힘 제공 김혜연 '숨만 쉬는 방'. 공간 힘 제공

공간 힘 ‘밤이 없는 방’은 지난해 큐레토리얼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획자 이다솔 씨가 기획한 전시이다. 공간 힘은 2020년부터 지역에서 큐레이터 육성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밤이 없는 방’은 누군가의 방에 드리운 그늘과 여기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다룬다. 여성의 사적 공간과 관련된 중층적 이미지도 함께 탐구한다.

권하형 작가의 ‘상세 서비스’는 한 달 동안 수집한 부모님의 통화 대화록에서 ‘요구’와 ‘그에 대한 대응’이 존재를 읽어낸 작품이다. ‘호출’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아버지의 통화에 주목한 작업으로, 언어와 권력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김혜연 작가는 방의 물리적 경계를 허물거나 경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적 태도를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90년대 간호사로 근무했던 인물이 기억하는 방을 다룬 ‘중요한 이야기’, 가족 관계에서 딸로서 감당해야만 했던 갑갑함을 퍼포먼스로 풀어낸 ‘숨만 쉬는 방’이 전시된다. ▶23일까지 공간 힘(수영구 수미로 50번가길 3)

임봉호 '콘크리트맛 솜사탕'. 제이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임봉호 '콘크리트맛 솜사탕'. 제이무브먼트 갤러리 제공

제이무브먼트 갤러리 기획전 ‘플리즈 마인드 더 갭’은 물질과 비물질을 횡단하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다루는 전시이다. 김태성, 임봉호, 조정현 등 부산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 ‘Please Mind The Gap’은 ‘틈을 조심하세요’로 번역된다. 지하철 안내 방송 문구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 문장은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틈을 주의하라는 의미이다.

조정현 작가는 박제된 동물 형상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한다. 박제된 죽은 동물의 모습을 우레탄폼 덩어리와 함께 배치해, 틈의 저편으러 넘어가기 전 마지막 붙들림을 표현했다. 임봉호 작가의 ‘콘크리트맛 솜사탕’은 사라진 장소에 대한 추억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를 탐구한 작품이다. 김태성 작가는 비물질인 사진 데이터를 다시 물질의 세계로 소환하는 과정을 통해 비물질의 죽음을 선언한다. 특히 ‘회화쌓기’는 회화의 평면성을 거부하고 입체성과 물성을 강조해 비물질의 세계를 구성한 작품이다. ▶11월 30일까지 제이무브먼트 갤러리(금정구 동부곡로 5번길 10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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