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태원 참사에서 새겨야 할 교훈

입력 : 2022-11-10 18:31:06 수정 : 2022-11-11 20:51:41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유순희 부산대첩기념사업회 이사

얼마 전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들뜬 기분으로 이태원을 찾았던 멀쩡한 젊은이들이 길을 걷다가 150여 명이 사망하고 백 수십 명의 중상자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곳곳에서 제기되었음에도 모두가 무관심하던 사이 아무런 통제나 대책 없이 좁은 골목에 10만 명의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고, 급기야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력이 보편화된 현대 문명사회에서 믿기 어려운 압사사건이 벌어져 온 국민에게 충격과 씻기 어려운 상처를 안겨주고 말았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와 단절되었다가 해제된 지 얼마되지 않아 맞이하는 첫 핼러윈 축제라는 점에서 모처럼 해방감을 즐길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측되었다. 이번에 특히 MZ세대들의 피해가 컸던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할진대 치안과 질서를 책임질 일선의 경찰과 지자체와 책임자들은 속수무책 무방비 상태로 손을 놓을 놓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될 일인가. 국정감사와 수사 결과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총체적 공직기강의 해이와 안전불감증의 결과다.

해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맞닥뜨리면서 매번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였다고 혀를 내두를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학습이 되지 않은 격이다. 수 많은 사건 사고들이 되풀이 될 때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고, 여기저기서 지적과 대안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달라진 게 없다. 수많은 전례를 통해 이쯤 되면 예방책이 아니라 대응 수준이 이골이 나 있어야 옳다.

그런데도 우리가 맞닥뜨리는 것은 마치 처음 접하듯 갈수록 어이없고 당황스러운 사건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개선과 진전의 여지도 없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는 당장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공공의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 치사 외에도 오랜 기간 누적되어온 공직의 무질서와 기강해이에 따른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정쟁으로, 공직자는 권력투쟁으로 모두가 국민은 안전에 없고 젯밥에 관심갖는 사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미 우리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비상상황이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하다못해 지역사회와 주요 기관장들이 협의하는 방위협의체라는 것이 있고, 기관마다 비상안전망과 시스템도 가동되고 있다. 기존의 시스템만 잘 작동되어도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 책임소지가 있는 공직자들이 하나하나 소환되기에 이르렀고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입건 또는 조사 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는 아무리 최고 책임자들을 불러 죄목을 붙여 일벌백계로 자리를 내려놓게 한들 숙환처럼 고질적인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가 고쳐질 병인가 의구심이 든다.

긴장감을 내려놓은 공직사회에는 업무태만이 만연하고 책임과 역할에 대한 소명의식을 잊어버린 조직은 권리만 부르짖고 기관과 기관은 권력다툼에만 급급한데 과연 이런 사회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겠는가 말이다.

이런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운 사회에서야말로 424년 전 순국한 이순신 장군이 우리에게 남긴 불멸의 혼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세월호를 기점으로 수년 전부터 시민사회가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자고 한마음이 되어 외쳤던 ‘사랑, 정성, 정의, 자력’이라는 위대한 4대 정신을 소환해, 이 가치회로가 모든 공직자들의 가슴속에 뿌리를 내려 실천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의 안전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될 것임을 확신한다.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