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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러운 공기는 알코올보다 더 위험하다

    입력 : 2022-11-24 18: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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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 전쟁/베스 가디너

    공기 재앙의 현실 폭로한 현장 보고서
    대기오염, 심장혈관 등에 피해 일으켜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오염과 연관
    깨끗한 공기 위해 싸우는 사람도 기록

    대기 오염으로 시야가 흐릿한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 일원을 베이징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기 오염으로 시야가 흐릿한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광장 일원을 베이징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기는 생명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공기 전쟁〉은 대기 오염이 소리 없이 우리를 독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 베스 가디너가 전 세계를 누비며 저술한 이 책은 공기 재앙의 현실을 가차 없이 폭로한 현장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대기오염이 수많은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저자는 대기오염이 전 세계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지고 있는지를 직접 들여다보기로 결심한다. 스모그로 희뿌연 영국, 매연으로 뒤덮인 인도, 공기가 씹히는 폴란드, 미세먼지가 내려앉은 중국을 찾아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파헤친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면서 나는 짙은 연무 속에 켜진 조명등을 보았고, 비행기가 착륙도 하기 전에 이 공기가 델리에서는 관념이 아님을 이해했다. 공기가 깨끗한 편에 속하는 4월인데도,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성긴 연기와 같은 밤을 밝히는 가로등 속 오염을 볼 수 있었다. 낮이 되면 다리와 건물들이 종적을 감췄다.’

    더러운 공기가 몸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최근의 연구 성과를 살펴본 저자는 우리가 직면한 대규모 위협에 소스라치게 놀맀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기오염이 해마다 7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충격적인 추정치를 발표했다. 더러운 공기는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큰 위험요소로 받아들여지면서 신체활동 부족과 알코올보다 더 위험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폐뿐만 아니라 인체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심혈관계통 환자의 4분의 3이 더러운 공기의 영향으로 사망했으며, 오염이 심한 날에는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더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오염은 심장과 혈관에 누적적 피해를 일으키고 그 수치는 불안함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예컨대 50~70대의 건강한 미국 여성 수만 명을 추적한 한 방대한 연구는 미세먼지를 들이마신 사람이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24% 더 높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인지력 감퇴, 치매, 심지어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오염은 노년 환자들의 삶을 위협한다. 차르노빌스키는 이들에게 공기가 안 좋을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운동을 삼가라고 조언해야 하는 불편한 위치에 있다. 그는 이 처방의 씁쓸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시기엔 사람들이 아주 슬퍼해요. 집에만 있으면 외로운데, 이 우울증은 노인 건강에 아주아주 해롭죠. 그 끝에 뭐가 있겠어요? 침대에서 지내다가 결국 죽는 거예요.’

    저자가 대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목격한 것은 정치적 결정과 경제적 힘이 한데 얽혀 광범위한 대기오염을 초래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인도 델리의 많은 기득권들이 대기 위기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고, 폴란드는 비용 및 안전성이란 명목 속에서 아직까지 석탄을 태우며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더 깨끗한 공기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찾아 그 영웅적인 목소리를 듣고 기록한다. 미국 대기환경 분야의 핵심 법률인 청정대기법의 제정을 이끈 톰 졸링의 말을 통해 해당 법률의 다사다난한 제정 과정을 치밀하게 재구성하는가 하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기자 차이징이 대기오염에 대한 중국의 여론을 조성해 환경 혁명을 불러온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모든 자동차에 촉매변환 장치를 설치한 이야기는 오늘날 다수의 대기오염 물질이 자동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세기 중반, 배기가스를 무해한 성분으로 바꾸는 촉매변환 장치가 발명되었지만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당시에 널리 쓰이던 유연휘발유에서 납을 제거한 무연휘발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유연휘발유를 포기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업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미국 정부는 1970년 청정대기법 제정을 통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강력히 규제했고, 그 틀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유연휘발유를 포기하고 단기간에 대다수의 자동차에 촉매변환 장치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저자가 꿈꾸는 도시는 매연에 질식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는 장소이다. 저자는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도시를 넘겨줄 필요도, 밖으로 발을 내딛기만 해도 기력이 쇠약해지는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다고 한다. 저자의 여정은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를 물으며 끝난다. 질문의 답은 무엇일까. 이제 필요한 건 나쁜 공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강력한 의지로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베스 가디너 지음/성원 옮김/해나무/444쪽/1만 85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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