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이틀 째 되는 25일부터 시멘트·철강 등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파업 때보다 피해 확산이 더 빠른 양상인데 특히 시멘트는 레미콘 공장에 공급돼 건설현장에 나가야 하는데 건설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어려워지고 있다.
25일 산업부와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의 운행 중단으로 출하 차질이 발생한 시멘트업계는 이날 출하 작업 자체가 어려워지는 등 한층 더 악화했다.
시멘트 업종의 경우 레미콘 등 최종 수요처의 적재능력(통상 2일 내외)이 적어 건설현장 등에서의 차질이 단시간 내에 가시화되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전국 시멘트 공장에서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행이 중단됐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물론 상당수의 비조합원 운송자들도 운행을 중단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첫날 하루 20만t 출하가 예정돼 있었으나 실제 출하량은 1만t에 미치지 못했고, 25일은 출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주요 시멘트 공장 정문과 후문에 텐트를 친 채 대기 중이라 출하를 못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원으로 볼 때 200억원 상당의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는 셈이다.
시멘트 출하가 안되자 레미콘 업계는 25일까지 생산은 가능하지만, 28일부터는 생산 차질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도 시멘트 수급이 어려웠는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쳤다”며 “오늘 이후 시멘트가 들어오지 못하면 레미콘 생산이 안 되니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건설 공사 현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장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레미콘 타설은 이날 중단됐다.
철강업계의 출하도 이틀째 중단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 파업으로 하루 평균 약 5만t 규모의 출하 차질을 예상하는 가운데 24일 당진 포항 인천 울산 등 전국 공장에서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포스코도 포항·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 제품의 출하 길이 막혔다. 포스코는 철강재 운송을 위해 대체차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선박과 철도로 공급할 방안을 찾고 있다.
포스코 측은 “현재 제품의 화물차 육로 운송은 전면 중단된 상황”이라며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운송만이라도 가능하도록 화물연대에 지속해서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업계는 현재 공장가동은 문제없지만 생산차량 이송에 문제를 겪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탁송차량인 캐리어 확보에 어려움이 생겨 직원들이 완성차를 공장에서 지역 출고센터로 직접 옮기고 있다. 파업 이틀째인 25일엔 현대차와 기아의 국내 다른 공장까지 로드 탁송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자동차 업계는 부품 반입에 어려움을 겪어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2571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등 석유화학 업체들은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장 가동 중단이 닥칠 수도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일평균 출하량은 파업 전 평균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적재할 공간이 없으면 결국 공장 전체를 셧다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