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화성에 태극기

입력 : 2022-11-29 18:17:43 수정 : 2022-11-30 15: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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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마스(Mars)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이다. 영어식 발음으로 로마식 마르스에서 왔고 그리스어로는 아레스(Ares)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와 어머니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올림푸스 12신 가운데 하나다. 또 다른 전쟁의 신으로 지혜의 신이기도 한 아테네가 지략을 이용해 전쟁을 하는 반면 마스는 무차별적 파괴와 야만적 전쟁을 즐긴다. 대장간의 신 헤파이토스 아내이자 미의 여신 비너스와 바람피운 이야기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 전쟁의 신에서 따온 태양계 행성의 이름이 화성이다. 밤하늘에 밝고 아름답게 빛나는 달이나 금성과 달리 화성은 특유의 붉은 빛을 띤다. 화성이 붉은 이유는 피가 붉은 것처럼 화성 표면에 산화철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성은 예로부터 불길한 행성으로 받아들여졌다. 개기일식으로 붉게 물든 태양이나 개기월식으로 붉은 달(Blood moon)이 뜨면 흉조로 여겼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화성을 보며 전쟁의 불길이나 재앙을 떠올린 것이다. 화성의 두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도 마스의 두 아들 이름에서 가져왔다.

이런 화성이 인류에게 친숙한 행성으로 다가온 것은 화성 탐사가 시작되면서다. 초기 화성 탐사는 1960년 옛 소련의 마닉스1호를 시작으로 소련과 미국의 탐사선들이 번번이 착륙에 실패하며 ‘화성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겼다. 1976년 미국이 바이킹호를 화성에 착륙시키고 21세기부터 탐사 로봇과 드론의 활약으로 화성 탐사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과 EU에 이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까지 화성 탐사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화성이 주목받는 것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이며 물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 때문이다. 화성이 미래 지구를 대체할 행성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처럼 화성의 땅을 개척해 감자를 키우는 것이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주재한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 자리에서다. 우리 기술로 만든 유인 탐사선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등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 한국형 NASA인 우주항공청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5년 안에 달로 향할 독자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2032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도 시작할 예정이다. ‘미래 세대에게 달의 자원과 화성의 터전을 선물하겠다’는 원대한 꿈이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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