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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만 되면 내걸리는 정치인 현수막… 공해인 건 아시죠?

    입력 : 2023-01-24 21:00:00 수정 : 2023-01-24 2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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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등 설 전후 현수막 급증
    대부분 게재기간 기재 않은 불법
    의원 눈치 보여 지자체 단속 곤혹
    솜방방이 처벌에 제재 효과 낮아

    24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사거리에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 24일 오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사거리에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

    24일 오전 부산 남구의 번화가 사거리. 여야 현직 국회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 등의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국정 활동을 소개하는 내용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그 옆으로 새해 인사가 적힌 구청장과 시의원 등의 현수막도 함께 걸려 있다. 주민 이정만(53) 씨는 “명절만 되면 늘 이곳에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걸리는데, 비슷한 말만 적혀 있어 눈여겨보지도 않고 지나간다. ‘현수막 공해’로 불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명절 전후로 정치인의 거리 현수막이 급격히 늘어나는 가운데, 게재 기간과 연락처 등이 기재되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단속해야 할 일선 지자체는 국회의원 등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이 개정돼 정당 혹은 당대표, 당협위원장 등의 현수막의 경우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게재 기간, 연락처, 설치자 등이 현수막에 표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 광고물로서 철거 명령 조치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법률과 시행령 개정은 사문화된 정당 현수막 관련 제재를 되살리기 위해 이뤄졌다. 이전의 경우 허가나 신고 없는 정당 게시물 대부분이 불법이었지만, 명절이 되면 별다른 제재 없이 정당 현수막이 난립했다. 관련 제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현수막의 설치를 합법화하고 대신 지방의원과 지자체장, 일반 당원 등의 현수막이 지정게시대 외 도로 등에 설치되는 것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이 법령과 시행령 개정 취지인 셈이다.

    하지만 올 설을 거치면서 관련 법령 등의 개정 효과는 아직 전무하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불법 현수막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 규정이 강제 규정이 아닌 임의 규정이다 보니 지자체가 현실적으로 단속하기에 애로가 있는 것.

    실제 설 명절 직전이었던 지난 16~19일 16개 구·군에서 철거된 명절 인사 현수막은 75개에 그쳤다. 보통 현수막 단속을 나가면 한 지자체에서만 100여 개 정도의 현수막이 철거되는 것을 감안하면 명절 정당 현수막 단속은 수치면에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부산시 공공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구청 공무원이 국회의원·지방의원 등의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정치인의 불법광고물을 조치하는 일은 구·군 담당자들이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특히 단속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불법 현수막은 과태료 처분 외 별다른 제재가 없으며, 과태료 금액도 부산시의 경우 불법 현수막 건당 통상 10만~20만 원 상당에 그친다.

    불법 정치 현수막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지역 정치권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의 한 시의원은 “상대 당 의원이 크게 현수막을 내걸면 점점 크기와 수량에 경쟁이 생겨 현수막이 난립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며 “유난스럽게 치적을 홍보하기보단 실제 지역민들을 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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