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농구 스타 김영희, 이승의 코트 떠났다

입력 : 2023-02-02 11:22:19 수정 : 2023-02-02 16: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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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 획득 주역
병마 못 이기고 1월 31일 향년 59세로 영면

1980년대 농구 스타 김영희 씨가 59세를 일기로 1월 31일 영면했다. 연합뉴스 1980년대 농구 스타 김영희 씨가 59세를 일기로 1월 31일 영면했다. 연합뉴스

비운의 농구 스타 김영희가 영면에 들었다.

국내 여자 농구 최장신 센터로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김영희 씨가 1월 31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9세.

1963년 울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학생 무렵 키가 급성장하며 당시 농구 명문 부산 동주여중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 숭의여고를 거쳐 1979년 실업팀인 한국화장품 여자농구단에 입단했다.

2m에 이르는 큰 키를 바탕으로 코트를 주름잡은 고인은 태평양화학 소속이던 박찬숙과 함께 1980년대 한국 여자농구 붐을 주도했다.

숭의여고 시절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은메달 획득에 공을 세운 고인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최초의 은메달 쾌거 주역으로 활약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은메달에도 공을 세운 고인은 대한민국 체육훈장 백마장과 맹호장 등을 받았다.

하지만 고인은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 말단비대증 판정을 받은 후 별도 은퇴식도 없이 코트를 떠나야 했다. 흔히 ‘거인병’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로 신체와 장기 등이 커지는 질병이다.

이후 30년 넘게 투병 생활을 이어 온 고인은 생활고에도 시달렸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며 문화체육부와 허재·서장훈 등 농구인들이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WKBL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의 경기 시작에 앞서 고 김영희 씨를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WKBL 제공 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WKBL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의 경기 시작에 앞서 고 김영희 씨를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됐다. WKBL 제공

최근까지 요양원에 머문 것으로 알려진 고인은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은 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KB와 부천 하나원큐 경기에 앞서 묵념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4일 오전 8시 30분 부천 다니엘장례식장에서 발인이 진행될 예정이다. 별도 빈소는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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