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청중 사이 GMC의 100번째 ‘음악 다릿돌’

입력 : 2023-02-02 16:33:43 수정 : 2023-02-02 19: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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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2년 만에 의미 있는 기록
‘금난새 뮤직센터’ 4일 연주회
무료 초대 공연 10분 만에 매진
“실내악 묘미 느끼는 장소 기대”

F1963 '금난새 뮤직센터(GMC)' 음악회 모습. GMC 제공. F1963 '금난새 뮤직센터(GMC)' 음악회 모습. GMC 제공.

부산 수영구 망미동 복합문화공간 F1963에 개관한 ‘금난새 뮤직센터(GMC)’가 오는 4일 100번째 연주회를 연다. 코로나19 와중인 2021년 4월 개관한 이래 그해에만 41회, 다음 해인 2022년 57회 등 총 98회 연주회를 개최했고, 2023년 새해 들어 지난달 14일 99번째 음악회를 연 데 이어 이번에 100회를 맞은 것이다.

100회라고 해서 별다른 행사를 기획하거나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한 건 아니지만, 평소처럼 기획하고, SNS(인스타그램 @gumnanse.music.center)를 통해 공연 내용을 알리고, 네이버를 통해 예약받았다. 좌석 수도 100여 석으로 많지 않고, 전석 무료 초대지만 음악 애호가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오는 4일 공연도 티켓 오픈 10분 안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

4일 공연은 피아니스트 김여준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 작품 18을 피아니스트 우미혜의 반주로 연주한다. 김여준은 2015년 예술의전당 가을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2020년 금호 영아티스트콘서트로 첫 독주회를 마쳤다. 2022년 제38회 부산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했으며, 서울대에 재학 중이다.


'금난새 뮤직센터(GMC)' 금난새 예술감독. GMC 제공. '금난새 뮤직센터(GMC)' 금난새 예술감독. GMC 제공.

GMC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금난새(76) 지휘자는 “음악이 그냥 음악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 청중에게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매달 한두 차례 여는 ‘GMC 체임버 시리즈’만 하더라도 가급적 젊은 음악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금난새는 또 “어쨌든 제 이름을 딴 공간이 부산에 생긴 만큼 고향 부산을 위해 부산 시민들에게 부산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러한 금난새의 바람은 조금씩 효과를 보인다. 예를 들면 GMC 연주회를 다녀간 관객이 잇달아 개별 음악회를 요청하면서 크고 작은 프로젝트 음악회가 부산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연주회 장소도 중고교나 대학교 강당이 있는가 하면, 구립문화회관 순회 연주회도 있다. 동네 주민을 초청한 음악회를 연 적도 있다. 올해는 모 구청에서 구민을 위한 프로젝트 음악회를 5회에 걸쳐 열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상태다. 3일 오전엔 문현여고 학생을 상대로 음악회를 개최한다.

“클래식 음악은, 아는 사람, 되는 사람, 내가 난데 하는 청중을 향해서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 철학은 그렇습니다. 보통 사람,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음악) 세계를 알고 싶은 사람이 더 필요한 게 아닐까요. 부산은 야구가 유명하잖아요. 그것도 충분한 자랑거리가 되겠지만, 이제 오페라하우스니, 부산아트센터 같은 공간이 생기는 만큼 클래식을 즐기는 사람도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GMC도 연주자는 말할 것도 없고 청중들에게 실내악의 묘미를 많이 느끼는 장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 솔선수범한 사람다운 발언이다. 금난새는 ‘해설이 있는 연주회’를 국내 처음으로 만든 장본인이지만, 국내 클래식 대중화 역사에서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마에스트로이다. 알려졌다시피 금난새는 유명 작곡가이자 동래여고·경남여고에서 교편을 잡았던 부친 금수현을 따라 부산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70대인 지금도 한 해 100회 이상 연주를 꾸려 갈 만큼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실제 그가 진행하는 음악회를 가 보면 매우 편안하고 유쾌하다. 지난달 14일 GMC에서 열린 99번째 연주회 때도 객석의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치열한 네이버 예약에 성공해 오신 분들이죠. 어렵게 오신 분들인데 좌우로, 앞뒤에 계신 분과 서로서로 인사부터 나누시죠.” 심지어 젊은 기타 연주자에겐 “혹시, 안경을 벗고 연주하면 어때요?”라고 하거나 무대의상이나 소품에 대한 제언도 서슴지 않아서 연신 웃음을 자아냈다. 금난새는 “지휘자는 보통 말을 안 하는데 나는 한다”면서 “교수나 선생님처럼 연도가 어떻고 형식이 어떻고 식으로는 아니고 판타지, 그 음악이 가지는 판타지를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금난새 뮤직센터(GMC)' 금난새 예술감독. GMC 제공. '금난새 뮤직센터(GMC)' 금난새 예술감독. GMC 제공.

올해 GMC는 한 달에 두 번 ‘GMC 체임버 시리즈’를 이어가는 동시에 지난해 반응이 좋았던 ‘F1963 섬머 뮤직 페스티벌’이나 ‘GMC 가을 실내악 축제’도 열 계획이다. 금난새는 현재 뉴월드필하모닉과 성남시향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도 맡고 있다.

한편 고려제강 F1963 부문장을 맡고 있는 이안기 이사는 “2021년 개관한 GMC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체임버 뮤직의 대중적 보급과 젊은 음악 영재들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무대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GMC가 예술전문 도서관인 F1963도서관과 함께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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