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지난 7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을 상정·의결한 데 대해 지역 주민의 반발(부산일보 8일 자 8면 보도)이 거센 가운데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해 본다.
8일 한수원에 따르면 국내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부지 내 저장 방법은 습식저장과 건식저장으로 나뉜다.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예상 포화연도에 맞춰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게 필수적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일정기간 원전 격납건물 내 습식저장조에 냉각·저장했다가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로 옮기게 된다. 건식저장시설은 금속·콘크리트 용기에 방사선을 차폐하고 자연대류를 통해 열을 냉각하는 저장시설로서 원전 부지 내에 건설한다. 한수원은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은 임시저장시설이어서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중수로인 월성원전(1~4호기)에만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을 운영한다. 습식저장조에서 건식저장시설로 운반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국내 원전은 월성원전을 제외하고 고리·한빛·한울·새울·신월성원전 등 모두 경수로 원전이다. 국내 경수로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습식저장조에 저장하며, 현재 운영 중인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은 없다.
고리원전본부·한빛원전본부의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시점은 2031년, 한울원전본부의 예상 포화시점은 2032년이다.
‘국내 경수로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1호’가 될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은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된 금속용기 건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건식저장시설은 설계, 인허가, 건설 등에 총 7년의 사업기간이 소요될 예정이며, 고리본부의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시점(2031년) 직전인 2030년 운영을 목표로 한다.
한수원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이 원자력안전법(원안법)상 ‘관계시설’로서 설치 시 기존 원자로·관계시설 운영허가 변경허가를 받으면 설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설계획 수립 시 주민 의견 청취, 관련기관 협의 등 절차를 거친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설계 방향이 구체화되면 설명회·공청회 등을 열어 지역 의견을 청취하고 지원 방안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건식저장 방식은 원전을 운영 중인 전 세계 33개국 중에서 24개국이 채택할 만큼 안전성이 입증된 저장 방식”이라고 밝혔다. 지진·해일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항공기 충돌에도 시설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강화된 규제기준을 준수해 설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역의 반발은 더 확산되고 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8일 입장문을 내고 ‘한수원의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확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수원이 건식저장시설을 임시저장시설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동안 영구처분장 부지를 찾아 헤매었던 실정을 고려해 보면 사실상 영구처분장이 될 수밖에 없어 부산시민은 우려하고 있다”면서 “특히 부산지역 시민사회나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이 되지 않은 것은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한수원의 일방적인 설치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기장군의회는 지난 7일 한수원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을 항의 방문했다. 기장군의회 박우식 의장은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 동의 없는 건식저장시설 설치는 한수원의 밀실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