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침체로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고가 대비 40% 하락한 거래(분양권 포함)가 줄줄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분양권이 올 들어서만 127건 거래돼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이색 사례가 나오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최근 2주(1월 31~2월 13일)간 아파트 매매·분양권은 모두 291건 거래됐다. 대체로 20~30%대의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40%대 하락률은 14건, 50%대는 1건 있었다.
하락률이 가장 높은 곳은 동구 범일동 두산위브더제니스하버시티의 전용 84㎡ 분양권이었다. 이 평형대 25층은 1월 말 4억 4796만 원에 거래돼 2021년 최고가(8억 9000만 원)보다 50% 떨어졌다. 같은 평형 15층은 2월 초 4억 7769만 원에 거래돼 46% 하락했다.
부산진구 범전동 삼한골든뷰센트럴파크 전용 84㎡는 1월 말 6억 원에 거래돼 2021년 4월 최고가(10억 6500만 원)보다 44% 하락했다. 다만 당시는 29층이었고 이번에는 5층이었다. 6억 원에 매매된 것은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부산진구 당감동 서면비스타동원 전용 60㎡ 분양권은 2월 초 3억 1746만 원에 거래돼 2021년 최고가(5억 9500만 원)보다 47% 하락했다. 금정구 래미안장전 84㎡는 2월초 8억 원에 거래돼 2021년 6월 최고가(12억 2500만 원)보다 35% 떨어졌으며,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 1차 84㎡는 9억 5000만 원에 거래돼 최고가(13억 원)보다 27% 하락했다.
거래 침체기에 이례적으로 거래가 매우 활발한 아파트도 있다.
남구 대연동 대연자이 59㎡는 이달 초 4억 9500만 원에 거래돼 2021년 8월 최고가(8억 원)보다 38% 떨어졌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59㎡가 올 들어 10건 거래됐고 50㎡도 5건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연동에서 인기단지인데다 4년 전 가격으로 떨어지면서 지금이 저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말 입주가 시작된 사하구 괴정동 힐스테이트사하역 아파트에서는 현재 분양권 거래 열풍이 불고 있다. 거래가격은 떨어졌지만 매매 건수는 한 달에 100건이 넘을 정도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2월 초 4억 6246만 원에 거래돼 이전 최고가(7억 7692만 원)보다 40% 하락했다. 또 2층은 4억 4616만 원에 거래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 아파트 84㎡ 분양가는 4억 3000만~4억 8000만 원이어서 현재 분양가 수준으로 내려온 셈이다. 그런데 1월에만 전용 84㎡ 분양권이 107건, 2월에는 현재까지 15건 등 전체 평형에서 127건이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힐스테이트사하역 아파트는 처음엔 미분양됐다가 대구, 경남 등 외지인들이 대거 사들였다. 현재 분양가 수준으로 내려오자 실거주자들이 대거 모여들고 있다”며 “근처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거래 침체기에 대박이 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일부는 2000만~3000만 원 정도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첫째 주까지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3.12%, 전세가격은 4.13% 하락했다. 매매가격은 33주 연속 하락이다. 전문가들은 가격 하락세가 진정되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