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좋다는 식이섬유, 많이 먹을수록 살빠질까? [궁물받는다]

입력 : 2023-03-18 14:55:09 수정 : 2023-06-28 15: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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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 어린이, 저체중 성인, 노약자 섭취 주의 권고
변비 예방하지만 과다섭취시 장운동 방해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는 다이어트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는 다이어트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고식이섬유만이 몸 속 찌꺼기까지 모두 빼줘 제대로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광고를 보고 혹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식이섬유? 식이섬유가 많으면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가?

변비가 있거나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들은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그렇다면 많이 먹을수록 건강에도 좋은 걸까요?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식이섬유의 종류입니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지 아닌지에 따라 '수용성'과 '불용성'으로 나뉩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화관에서 용해되고 발효돼 장 속에 대량 서식하는 건강한 박테리아인 마이크로바이옴의 먹이가 됩니다. 이로 인해 장내 환경이 깨끗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죠. 또한 수용성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 수치 및 인슐린 분비를 조절합니다.

반면, 불용성 섬유질은 용해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으로 간 섬유질은 스펀지처럼 변으로 물을 끌어들여 배변활동을 돕습니다. 물을 흡수한 변의 부피가 커지면서 장운동을 촉진해 대변을 보기 좀 더 수월해지고, 변비가 발생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죠.

따라서 변비에 무조건 식이섬유가 좋다고 하기보다는 '불용성 식이섬유'가 변비에 효과적이다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Q. 식이섬유는 왜 변비(다이어트)에 좋을까?


불용성 식이섬유가 배변을 돕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흡착력' 때문입니다. 장에서 흡수가 잘 안되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물이나 지방, 콜레스테롤 같은 노폐물을 함께 흡착시켜서 배설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이와 같은 원리로 숙변 제거가 가능하므로 변비이거나 다이어트를 할 때는 불용성 식이섬유를 먹으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겁니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류호경 교수는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배고픔을 견디는 일인데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된 식품은 충분히 먹어도 에너지를 적게 공급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매우 좋은 식품"이라고 밝혔습니다. 류 교수는 "식이섬유는 우리 몸에서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어 찌꺼기가 되어 배설되므로 섭취할 때는 양이 많아 포만감을 주지만 실제 열량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섬유소는 수분 흡수와 장운동을 촉진해 장의 통과 시간을 줄임으로써 부드럽고 부피가 큰 변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음식물은 섭취 후 위와 장을 거치는 사이에 소화와 흡수가 이루어지는데요. 그리고 남은 찌꺼기가 대장으로 넘어가 배설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대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수분을 흡수하는 것이므로 죽 상태로 대장으로 넘어온 배설물들이 대장을 거쳐 항문에 이르는 동안 수분을 흡수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장 내에 일정량의 배설물이 차게 되면 압력이 높아져 변의를 느끼게 되고 항문의 괄약근을 자극하여 배변을 하게 되죠.

류 교수는 "섬유소는 흡수되지 않은 배설물에 속하기 때문에 대장 내에 배설물이 머무르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변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시간을 줄여주고 적당한 상태의 배변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준다. 만일 찌꺼기가 적은 식사를 하게 되면 대장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분 흡수가 많아지면서 변이 굳어져 변비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Q. 식이섬유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배변을 돕는 중요한 요인인 흡착력. 아쉽게도 불용성 식이섬유의 흡착력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아 철분, 칼슘 등 소중한 미네랄까지 체외로 배출시키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장기 어린이, 저체중 성인, 노약자는 주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본래 변비를 예방하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게 되면 가스를 많이 만들어 오히려 장운동을 방해하고 심한 경우 구토,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빈혈, 골다공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섭취한 식이섬유량에 비해 수분이 부족하면 오히려 배출되지 않은 섬유소덩어리가 단단해져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해요.

건강코디네이터로 일하는 허인혜 영양사는 "식이섬유는 수분을 흡수하여 팽창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포만감을 일으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너무 과량으로 섭취하는 경우 철분, 칼슘 등 미네랄까지 배설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영양 손실을 초래한다"고 전했습니다.


Q. 식이섬유는 얼마나 먹는게 적당할까?


식이섬유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 결과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인데요. 그렇기에 식이섬유를 먹었을 때의 건강상의 이점을 고려해서 연령별로 충분섭취량을 설정한 상태라고 합니다.

충분섭취량은 영양소의 필요량을 추정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경우 대상 인구집단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을 설정한 수치를 말합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 발표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식이섬유의 충분섭취량은 ▲유아 15~20g ▲성인(여성 20g, 남성 : 30g) ▲노인 20~25g ▲임산부는 5g을 추가로 더 섭취하면 좋다고 하네요. 뭐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하죠? 과유불급입니다.


Q.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된 식품은?


불용성 식이섬유는 곡류, 견과류 등에 많습니다. 과일의 껍질, 채소의 줄기 등에도 있는데요. 다소 거친 성분이다 보니 물에 녹지 않고 소화기관에서도 분해되지 않습니다. 셀룰로스, 헤미셀룰로스, 리그닌, 키틴 등이 대표적입니다.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으로는 껍질이 있는 과일(사과, 배, 딸기 등), 채소(브로콜리, 당근, 양파, 토마토 등), 견과류(호두, 아몬드, 땅콩 등), 곡류(보리, 콩, 참깨 등) 등이 있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과일의 과육 등에도 있지만 해조류에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화기관 내에서 물과 결합해 젤리처럼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형태가 됩니다. 폴리덱스트로스, 펙틴, 구아검, 카라기난, 알긴산 등이 있습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과, 바나나, 감귤류에 많으며 한천,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 '궁물('궁금한 것은 물어본다'는 뜻) 받는다'는 독자들의 사소한 질문을 받아 전문가들에게 대신 질문해 주는 코너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봤던 재미있는 가설들이나 믿기 어려운 루머들을 댓글이나 메일(sksdmswl807@busan.com)로 알려주세요.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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