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시군에 대형산불 나면, 담당 공무원들 인사조치하겠다”

입력 : 2023-03-10 16: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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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산불 매일 1건 이상 발생
산불 횟수 감안해 시군 페널티 부가
예산 깎고, 담당 직원은 인사 불이익
“일하고 인사 불이익? 누가 일하겠냐”

지난 8일 오후 1시 59분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발생한 산불. 부산일보DB 지난 8일 오후 1시 59분 경남 합천군 용주면에서 발생한 산불. 부산일보DB

올해 첫 산불3단계가 발령되며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남도가 도내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할 시 페널티 적용과 담당 공무원에게 인사적 불이익 방침을 세워 논란이다.

최만림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10일 도청에서 ‘산불 예방과 대응 특별대책’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대형산불이 발생한 시군에 페널티를 부가한다는 게 요지다. 도는 산불과 대형산불(100ha 이상·산불3단계) 발생 횟수를 모두 감안해 예산 부분에서 특별조정교부금과 도비 보조금 지원율 감소, 도 공모사업 평가에도 후순위 조정 등을 검토한다.

또 산불 예방과 대응 책임을 쥔 담당 공무원에게는 감사 후 인사조치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인사 불이익은 통상적인 공무원 징계에 따라 견책, 감복, 정직, 해임, 파면 등이 이뤄진다.

다만 인사조치 대상 공무원이나 적용 시기, 산불 횟수 기준, 업무 과실 기준 등 구체적인 계획안은 나오지 않았다.

도는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3~4월에 산불 예방·대응에 공무원의 철저한 노력과 도민 협조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도내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매일 1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형산불은 전체 135건(2663ha) 중 3건(1093ha)이다.

지난 8일 오후 1시 59분에는 합천군 용주면 일대에서 산불이 나 산불3단계가 발령됐다가 20여 시간이 지나 산림 163ha를 태우고 불이 꺼지기도 했다. 이후 재발화됐다가 다시 10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

도 관계자는 “담당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원론적인 (인사조치) 방침을 세웠다”며 “초동대응 미비 등 감사를 통해 명백한 실수를 발견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천 대형산불 책임을 물어 담당 공무원이 인사 조치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잘못으로 인해 대형산불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전제로 세워진 도의 인사 방침에 응당 공무원 사회에서 반발이 큰 모양새다.

한진희 경남도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시군 페널티 의도가 경각심을 높이자는 차원이겠지만, 산불이라는 게 물리적으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지 않으냐”면서 “열심히 일하고도 실화·방화 등으로 대형산불이 나 인사조치를 받는다면 누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겠으며, 기피부서가 될 우려도 크다”고 꼬집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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