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가로챈 기업은행...국책은행 이미지 흠집

입력 : 2023-03-17 16:14:00 수정 : 2023-03-17 17: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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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해외송금액 중간에서 가로채…서류 위조한 듯
기업은행 최근 5년여…10여건·약 30억 원대 횡령 발생
15개 은행 중 3번째로 많은 수준

IBK기업은행에서 또 수억 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에서 또 수억 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점.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에서 또 수억 원대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도모했으나,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기업은행에서는 최근 5년여간 10여건 금액으로는 약 30억 원대의 횡령이 발생했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들보다 큰 규모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국책은행이 오히려 은행권 사건·사고의 중심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종로구의 한 영업점에서 직원이 고객 돈 수억 원을 횡령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금액만 1억 9000만 원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은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로 송금하는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것인데 기업은행은 돈을 받지 못한 해외 업체 등이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경위를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은행권은 해외송금과 관련 횡령 사건 발생에 대해 의아해하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시스템 덕에 보통 해외송금 과정에서는 횡령 사고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권은 기업은행 직원이 고객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기 위해 '송금 확인증'이나 '입금 계좌 변경 신청서' 등의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알려진 대로 납품 대금을 송금한 뒤에 중간에서 취소할 경우 자신의 계좌 등으로 돈을 옮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당발송금은 취소할 경우 돌려 받는 돈이 고객의 지정 계좌로 입금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중간에서 직원이 돈을 가로채는 것이 어렵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돈을 해외 송금하지 않고 보낸 것처럼 꾸몄을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직원이 업체 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송금을 하려고 했다면 △증빙서류 제출 △업체 확인 △은행 책임자 결재여부 점검 추가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타 은행에 비해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의 횡령 사건은 최근 5년새 10여건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은행 횡령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는 10건, 29억 2600만 원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는 주요 15개 은행 가운데 3번째로 많은 수준이자 타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각 1건)에 비해 압도적 규모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당시 횡령 사고 등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특별 대책팀을 편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횡령 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규정’도 시행했으나 이번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불과 두 달 전 취임한 김성태 행장도 취임사를 통해 "은행의 변하지 않는 최우선 가치는 고객 신뢰"라며 "일선 현장에서 건전한 영업문화를 정착시키고 철저한 내부통제로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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