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외교에서 '주당'(酒黨)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뒷이야기가 화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쿄 긴자의 스키야키 식당 '요시자와'에서 이뤄진 부부 동반 만찬에서 기시다 총리가 고향인 히로시마에사 생산된 일본 술(사케)인 '가무주르'를 함께 마셨다.
두 정상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기린' 병맥주를 시켜 잔을 기울였다.
이 자리에서는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요코 자민당 중의원이 화제에 올랐는데, 이 역시 술 이야기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만찬 도중 "기시다 총리가 일본 정치권에서 술이 가장 센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기시다 총리는 "그렇지 않다. 오부치 의원이 술이 가장 세다"고 답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회담의 실질적 동력이 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무게감이 두 정상의 만찬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인근의 오무라이스 식당 '렌가테이'에서 이어진 '2차' 자리에서도 술이 분위기를 돋웠다.
당시 두 정상은 통역과 극소수의 외교당국자만 대동한 채 넥타이를 풀고 생맥주와 소주를 곁들인 '화합주'를 나눴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에비스' 생맥주에 우리나라의 진로 '참이슬'을 섞어 마셨는데, 두 정상은 한일 우호 뜻으로 '러브샷'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2차를 끝내면서 "한일 우호의 맛이 진짜 맛있었다. 마지막 한잔은 내가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 한 잔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친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탁월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