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한일 소맥'으로 정상외교 주도했다

입력 : 2023-03-19 17: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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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日 총리와 사케·맥주 등으로 친교 쌓아
'2차' 자리에서 생맥주에 참이슬 섞어 '러브샷'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긴자의 식당 '렌가테이'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일본 도쿄 긴자의 식당 '렌가테이'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외교에서 '주당'(酒黨)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한 뒷이야기가 화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도쿄 긴자의 스키야키 식당 '요시자와'에서 이뤄진 부부 동반 만찬에서 기시다 총리가 고향인 히로시마에사 생산된 일본 술(사케)인 '가무주르'를 함께 마셨다.

두 정상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국에서도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기린' 병맥주를 시켜 잔을 기울였다.

이 자리에서는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표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요코 자민당 중의원이 화제에 올랐는데, 이 역시 술 이야기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만찬 도중 "기시다 총리가 일본 정치권에서 술이 가장 센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기시다 총리는 "그렇지 않다. 오부치 의원이 술이 가장 세다"고 답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번 회담의 실질적 동력이 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무게감이 두 정상의 만찬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한 호텔에서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딸인 일한의원연맹 오부치 유코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 한 호텔에서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딸인 일한의원연맹 오부치 유코 부회장과 기념촬영을 했다. 연합뉴스

인근의 오무라이스 식당 '렌가테이'에서 이어진 '2차' 자리에서도 술이 분위기를 돋웠다.

당시 두 정상은 통역과 극소수의 외교당국자만 대동한 채 넥타이를 풀고 생맥주와 소주를 곁들인 '화합주'를 나눴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에비스' 생맥주에 우리나라의 진로 '참이슬'을 섞어 마셨는데, 두 정상은 한일 우호 뜻으로 '러브샷'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2차를 끝내면서 "한일 우호의 맛이 진짜 맛있었다. 마지막 한잔은 내가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 한 잔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친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탁월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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