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세 아동학대 친모가 보내온 옥중 서신 “지옥 같은 동거 저는 노예였어요”

입력 : 2023-03-29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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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성매매를
당연한 내 삶으로 받아들였다”

“매일 5시간씩 자면서 하루 5차례 성매매를 나가야 했습니다. 집안일부터 (동거녀의) 애들 등·하원까지 도맡는, 저는 노예였습니다.”

네 살배기 딸 ‘가을이’(가명)를 학대하고 폭행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친모 A(27) 씨는 아동학대 가해자였던 동시에 성매매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동거녀 B(28) 씨는 A 씨에게 1년 반 동안 2400회가 넘는 성매매를 강요했고, 1억 2400여만 원에 달하는 성매매 수익과 양육수당까지 가로챘다. <부산일보> 취재팀은 A 씨의 옥중 편지와 주변 인물 취재를 통해 지옥과도 같았던 2년 4개월간의 동거를 조명했다.

A 씨가 B 씨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SNS의 ‘맘 커뮤니티’에서였다.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을 호소했던 A 씨는 B 씨 역시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끼고 쉽게 친해졌다. A 씨는 “남편과의 다툼으로 불화가 생겼을 때, 가출을 권유한 것 역시 B 씨였다”며 “자기 집으로 오라는 말에 망설여졌지만, 가을이와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경북에서 부산으로 왔다”고 밝혔다.

A 씨가 가을이를 안고 아무런 연고가 없던 부산 금정구의 B 씨 집으로 온 건 2020년 8월쯤. A 씨는 B 씨 부부, B 씨의 자녀와 함께 작고 오래된 집에서 동거했다. A 씨는 “B 씨가 처음 한 달여는 함께 잘 살아보자며 따뜻하게 격려해줬고, 별다른 의심 없이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다”고 말했다.

A 씨의 주변인은 “당시 A 씨와 통화를 했는데 ‘나도 B 씨처럼 뭐든 똑부러지게 잘 하면서 정상적인 가정을 일궈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찬양하듯이 말했다”며 “가을이에 대한 아동 상담 등도 말을 잘한다는 이유로 엄마 대신 B 씨가 한다고 했다. 예전의 A 씨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던 모습이라 너무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B 씨는 생활비로 A 씨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A 씨는 당시 서빙, 보험 판촉, 단기 알바 등을 시도했지만 어떤 것도 신통치 않았다. A 씨는 “B 씨가 ‘그러면 몸이라도 팔던가. 애 키우면서 해볼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며 “너무 서러웠지만 믿고 의지할 사람은 이 친구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성매매는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내 삶’인 것처럼 받아들여 졌고, 돈은 버는 족족 B 씨가 가져갔다”며 “하루에 4~5차례 성매매에 나가야 했었고, 30만 원이나 20만 원 후반대라도 돈을 만들어와야 눈치를 덜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매매하는 내 신상정보를 트위터에 까발리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공개하겠다며 협박도 했다. 그렇게 알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제일 무서웠다”며 “누구와 연락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무얼 사는지 등 일거수일투족을 B 씨가 감시했다. 친척을 만날 때도 영상통화로 확인을 시켜줘야 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주변인들과 지난해 6월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A 씨는 개통이 안 된 공기계만 들고 있었고, 통화를 하려면 B 씨 휴대전화를 통해야만 했다. A 씨는 “B 씨는 가을이에게 ‘아빠 없는 애’라고 했고, ‘아이 교육을 똑바로 시켜라’며 이래라저래라 시켰다”고 말했다. 동거녀는 A 씨가 아동학대를 벌일 땐 이어폰을 끼고 모른 척 하거나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A 씨는 현재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심각한 정신적·심리적 지배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는 하나,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 정도의 아동학대를 저지른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시력을 잃은 가을이가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A 씨는 하루 한 끼 분유만 먹였다. 사망 당시 가을이는 채 7kg도 나가지 않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영양실조를 원인으로 의심했을 정도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부모라고 해서 아이를 학대하거나 살해하지 않으며, 누구도 이 같은 범행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 다만 B 씨의 성매매 가스라이팅 역시 학대살해 범죄에 일정 영향을 미쳤으며, A 씨의 범행과 별개로 엄정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A 씨는 법정에서 뒤늦게 눈물을 훔치며 “가을이를 다시 만날 때까지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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