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상물 유포자 공개총살·장애인 생체실험…통일부 북한인권보고서 원문

입력 : 2023-03-30 18: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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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작성… 올해 첫 공개
임신부 공개처형 증언도 나와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연합뉴스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렸다.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유포한 사람을 공개 처형하고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생체실험’도 하고 있다는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 원문이 공개됐다.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 증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 사례가 적시됐다. 정부는 2018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올해 처음 그 내용을 일반에 공개했다.

통일부가 30일 공개한 북한인권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의 4개 장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그동안 탈북민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린다는 차원에서 방침을 바꿨다.

보고서는 '북한이탈주민 증언에 따르면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북한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국경지역에서는 사법 절차를 밟지 않는 ‘즉결처형’ 사례도 있었다. 증언자 진술에 따르면 ‘서라고 3번 경고한 후에도 서지 않으면 사살하라’는 규정이 있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봉쇄지역에 출입하는 자는 사전경고 없이 발견 즉시 사살한다’는 북한 당국의 방침이 주민과 국경경비대원에게 내려왔다는 증언도 있었다.

북한의 형집행시설인 교화소(남한의 교도소에 해당)에서 도주하다 붙잡힌 수형자가 교화소에서 처형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많았다. 구금시설에서 태어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영아살해 사례는 모두 중국에서 임신한 채로 강제송환된 피구금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종교·미신행위, 마약밀수·거래,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음란물 유포, 성매매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사형을 부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의 경우 한 남성이 중국에서 한국 영상물을 유입해 여러 명의 북한 주민에게 유포한 행위로 2020년 양강도에서 공개총살됐다는 증언이 있었다.

18세 미만의 피의자가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됐고 임신부에게 사형이 집행됐다는 증언도 있다. 증언자 진술에 따르면 2017년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 중에서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이유로 여성이 공개처형됐다. 처형 당시 여성은 임신 6개월이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북한이 조현병 등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이거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생체실험은 ‘83호’라고 불리는 병원 또는 관리소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항은 대부분 유엔이나 국내외 민간단체에서 내놓은 관련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지만, 정부 보고서에서 다뤄지면 공식화되는 의미가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17∼22년 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1600여 인권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체 조사대상 3412명 가운데 문답서를 작성한 탈북민은 2075명이었다”면서 이 중 2017년 이후 탈북이란 조건에 부합하고 유의미한 기초 자료로 활용 가능한 508명의 증언을 추려 보고서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증언자의 여성(53%)과 남성(47%) 비율은 비슷했고, 연령대는 20대(31.1%)가 가장 많았다. 거주지는 양강도(59.1%), 함경북도(17.3%), 평양시(10.8%) 순이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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