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숙박시설 주민들 ‘전전긍긍’…“용도변경 국토부·지자체 모두 방관”

입력 : 2023-04-01 17:50:25 수정 : 2023-04-02 16: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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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용도변경 가능하게 했지만
주차장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엔 난색
주민들 “국토부·지자체 모두 방관”

사진은 지난해 10월 2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생활숙박시설 주민들. 부산일보 DB 사진은 지난해 10월 28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생활숙박시설 주민들. 부산일보 DB

국토교통부가 과거 지어진 ‘생활형 숙박시설’에 대해 2년간 오피스텔로 전환하면 주거용으로 인정해주겠다고 유예기간을 줬지만 오피스텔로 전환하기 위한 주요 요건에 대해선 아예 ‘나몰라라’하고 있어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피스텔 용도변경이 안되면 하반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절박한 문제인데어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생활형 숙박시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국토부가 일부 용도변경 혜택을 줬다며 생색만 내고 이후엔 실제 필요한 조치에 대해선 아무런 협조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31일 국토부와 레지던스연합회에 따르면 생활숙박시설은 본래 장기 투숙을 하려는 사람이 취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시설이지만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2012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생활숙박시설의 주거용 사용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묵인하다가 2021년부터 갑자기 단속을 시작했다.

그러자 생활숙박시설에 사는 사람들의 불안이 커졌다. 이에 국토부는 2021년 10월, 한시적으로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발코니 설치 금지 △전용출입구 설치 등 4가지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되려면 복도폭 기준, 주차장, 지구단위계획변경 등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는데 있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은 복도폭이 1.8m 이상돼야 하는데 생활숙박시설은 이보다 좁은 경우가 있다. 또 주차장 기준도 오피스텔에 맞추려면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런 문제는 건축물을 다 뜯어내야 하는 사항이어서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국토부는 유예기준 4가지 허용으로 할건 다 했고 더 이상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점은 알고 있으면서도 나서지 않고 있다.

특히 부산시는 주차장 문제의 경우, 조례변경으로 가능하지만 전국에서 부산이 먼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구단위계획변경도 마찬가지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토부가 주차장 조례와 지구단위계획변경이 이뤄지도록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토부와 부산시가 ‘나몰라라’하는 것은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일부 곱지 않은 점은 근거로 하고 있다. 진작부터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

연합회 관계자는 “생활숙박시설이 주거용으로 사용될 당시, 국토부가 주거용으로 쓰면 안된다고 밝혔으면 지금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주택과 주거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가 그 당시에는 아무런 얘기도 없다가 갑자기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고 하니 우리로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이 편안한 공간이 아니라 언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지 모르는 곳이 돼 버려 가족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로의 용도로 적합하게 변경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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