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종합물류기업 팬스타그룹의 김현겸 회장은 지난 20일 북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의 마리우스 스쿠오디스 교통통신부 장관과 꼬박 하루를 보냈다. 장관은 부산 중구 중앙동 팬스타그룹 본사를 방문해 사업 전반에 대해 들은 뒤 동구 초량동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팬스타드림호에 승선해보고, 경남 창원시 부산항 신항의 팬스타국제물류센터까지 들렀다. 리투아니아 교통통신부 차관과 주한 리투아니아 대사, 발틱 지역 최대 환적항이자 교통 요충지인 클레이페다시의 항만청장 등이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특히 장관 일행은 클라이페다항 여객선의 수송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팬스타드림호에 큰 관심을 보였다. 마침 팬스타그룹은 2025년 새 선박 대체를 앞둔 팬스타드림호의 활용 방안에 대해 해외 공동 운항, 임대나 매각 등을 두고 고민하던 차였다. 팬스타그룹은 6월 초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현지 여건을 살펴보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부산을 찾는 각국 인사들에게 부산과 부산항의 현재를 보여줄 기회가 늘어난다면 해운물류를 비롯한 다른 지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2030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에서 한국을 찾는 전 세계 고위급 인사들의 발길이 연일 부산을 향하고 있다. 공식 교섭활동 안팎으로 이어지는 해외 고위급 방문이 엑스포 유치뿐 아니라 부산 도시 위상 제고와 지역경제의 새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다.
2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해외 정부 고위급 면담 현황은 리투아니아 건을 포함해 시장 예방 10차례, 외교 행사 7차례에 이른다. 유럽(독일, 영국, 루마니아 등), 중남미(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등), 아프리카(탄자니아, 가봉, 르완다 등), 중앙아시아(투르크메니스탄 등), 서남아시아(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곳곳의 대통령부터 총리, 장·차관, 하원의장 등 고위급이 줄줄이 부산을 찾은 것이다.
이는 정부의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식 초청으로 부산을 방문한 사례를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엑스포 공식 유치교섭활동 결과로 부산을 찾은 곳은 위 행사와 중복 국가를 제외하고도 31개국이 더 있다.
시 조유장 2030엑스포유치본부장은 “외교부뿐 아니라 기재부, 국토부 등 모든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모두 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뜻으로 외빈이 오면 부산을 하루이틀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이분들에게 북항과 엑스포뿐 아니라 항만이나 물류, 수소나 원전 등 부산이 경쟁력을 갖는 분야 현장을 많이 보여드리고 있고, 교섭활동에서 구체적인 정책 협력 제안이 논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는 잇따른 부산 방문이 부산 도시 외교와 투자 유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시에 따르면 해외 각국 도시의 교류 요청이 쇄도해 부산시의 자매·우호협력도시는 지난달 말 기준 30개국 40개에서 연말까지 12개국 12개 도시가 더 추가될 전망이다. 시 김귀옥 투자유치과장도 “지난해부터 외국 기업의 접촉이 크게 늘고 투자 규모도 확대돼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도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